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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WEBZINE 2013.WINTER

사계절 여행기

강릉에서 부르는 겨울연가(유은영 여행작가) 한해가 저물어간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갈림길에 서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강릉은 아쉬움은 털어버리고 설렘으로 가득 채워 올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고품격 전통과 이색 즐거움 그리고, 바다가 전해주는 새 희망의 노래가 넘실댄다. 정동진이 전해주는 새해, 새희망

바다하면 정동진이다. 정동진의 바다 앞에 서면 누구라도 ‘이래서 정동진이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는 동해의 넉넉함을 전해주고, 하얀 해변에 쓰러지는 파도 소리는 한해의 고단함을 씻어준다.

정동진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 동쪽에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위치적인 의미를 떠나 정동진은 이미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동쪽 바다로 새겨져 있다. 두말이 필요 없는 일출 명소이기 때문이다. 정동진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모래시계공원 앞 백사장이 바로 해돋이 포인트다. 정동진의 랜드마크인 썬크루즈리조트와 배모양의 건물 위로 떠오르는 해는 희망찬 새해 메시지를 전해준다.

정동진의 가장 큰 매력은 기차와 바다의 만남이다. 기차를 타고 정동진역에 내리면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알려져 매일 밤 청량리역에는 정동진행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밤 11시 15분에 정동진역으로 떠나는 기차는 주말이면 일찌감치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

강릉하면 정동진이다. 일출과 정동진역 외에도 볼거리들이 다양하다. 정동진역 옆에 있는 모래시계공원에는 기차 모양의 박물관이 있다. 정동진역과 모래시계를 주제로 한 ‘정동진박물관’이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날인 1912년 4월 15일에 멈춘 금장 회중시계를 비롯해 동서양의 다양한 시계를 볼 수 있다. 한해를 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하면서 시간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뜻 깊은 곳이다.

정동진 언덕위에는 커다란 배 한 척이 우뚝 서 있다. 썬크루즈리조트인 이 건물은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사이를 항해하는 크루즈를 본 떠 만들었다. 정동진 해돋이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이 리조트에는 조각 공원과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정동진의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강릉의 이색 즐거움

바다를 품은 공원 하슬라아트월드는 강릉의 떠오르는 명소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이름으로 해와 밝음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하슬라아트월드는 강릉의 바다를 향해 산책로를 내고, 구석구석 조각 작품들이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예술 공원이다.

소나무정원, 오감의자, 소똥미술관을 지나 고래 뱃속 같은 터널을 빠져나오면 하늘전망대가 나타난다. 바다와 하늘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곳에는 하늘을 향해 달리고 있는 자전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각가 부부가 만든 하슬라아트월드는 건물 안의 미술관으로 감동이 이어진다. 특히 피노키오미술관은 어른아이 모두 좋아하는 곳이다

강릉에는 어른아이 누구라도 좋아하는 곳이 한곳 더 있다. 1992년에 문을 연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오디오박물관인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은 에디슨이 발명한 유성기 1호부터 세계에서 단 1대밖에 없다는 아메리칸 포노그래프 등 1400여 점의 축음기와 음반 15만 장, 8000여 점의 음악 관련 도서 자료가 진열되어 있다. 이곳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전시물을 눈으로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참소리박물관은 일정 인원이 모이면 단체로 이동하면서 박물관 직원과 함께 관람한다. 직원은 설명과 함께 보기 드문 각종 오디오의 소리를 들려준다. 손으로 돌리는 오디오, 나팔 축음기, 내장형 축음기 등 다양한 오디오의 소리와 발전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고품격 강릉 명소

조선시대 민가의 크기는 99칸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102칸이 넘는 집이 있었다. 세종대왕의 둘째 형인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 번’이 지은 집인 선교장이다. 당대 최고의 상류주 택인 이곳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이 전해진다. 집의 규모에 비해 작은 대문은 하룻밤 거처를 찾는 나그네들이 대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일부러 작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줄행랑이란 말의 효시가 된 23칸 행랑채, 구한말 러시아공사관에서 테라스를 지어준 사랑채 열화당, 연못 위의 정자 활래정 등 곳곳에 옛 향기가 서린 고택의 품격이 눈부시다.

강릉 여행에서 신사임당과 율곡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을 빼놓을 수 없다. 보물 제165호로 지정된 오죽헌은 까만 대나무 오죽(烏竹)이 자란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툇마루 기둥에 추사 김정희 필체의 멋진 주련이 걸린 사랑채와 안채, 그리고 별채인 몽룡실이 있다. 몽룡실 뒤꼍에 있는 율곡매와사당 앞 정원에 있는 배롱나무의 자태가 곱다. 신사임당과 율곡이 가꾸던 나무들로 세월의 향기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경내에는 정조 임금이 찬양의 글을 적어 보낸 율곡의 벼루를 보관하기 위해 지은 어제각과 율곡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 율곡기념관, 오죽헌박물관 등이 있다.

강릉을 떠나기 전에 안목항의 커피거리로 가자. 바다를 바라보며 나누는 커피 한 잔에 새해를 향한 설렘이 가득 차오른다.

여행 Tip
  • 정동진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 정동진관광안내소 033-640-4536
  • 하슬라아트월드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산33-1 / 033-644-9411
  •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 강원도 강릉시 저동 36 / 033-655-1130
  • 선교장 |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431 / 033-648-5303
  • 오죽헌 | 강원도 강릉시 죽헌동 201 / 033-660-3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