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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국민연금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기까지- (윤석명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26년이 지나고 있다. 태어나 걸음도 잘 못 걷던 어린아이 국민연금이 어느덧 성년으로 자라난 것을 바라보는 필자의 감회는 남다르다. 미운 오리였던 국민연금이 백조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봐서다.

성년이 되기까지 국민연금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1974년 도입 예정이었던 국민복지연금이 석유파동으로 14년 도입이 늦추어지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라는 높은 노인빈곤율도 따지고 보면 국민연금이 늦게 도입된 것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1988년 어렵사리 도입된 국민연금의 성장과정 역시 가시밭길이었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다보니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정책을 일반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해서다. 국민연금으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고 하니, “우리 노후는 우리가 알아서 할 터이니, 국가 당신들 하는 일이나 제대로 하세요.”가 당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1990년대 초에는 민간보험 모집인들이 잘못 전파한 국민연금에 대한 왜곡이 안정적인 제도정착을 어렵게 했다. 국민연금 들어봐야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 못 받을 터인데, 왜 국민연금에 가입하느냐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서다.

어디 이뿐이던가? 2000년대 초에는 국민연금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지나치게 엄격한 국민연금 지급 조항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여, 급기야 국민연금폐지 촛불집회까지 열렸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나, 당시 상황은 무척이나 심각했다. 필자의 지인 대다수가 귀가 따갑도록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왜 국가가 국민연금을 한다고 해서 이렇게 큰 분란을 일으키나.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노후준비하면 될 것 아니냐”가 바로 그것이다. 마침 1980년대 단행되었던 칠레의 연금 민영화가 1990년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우리 사회의 국가 주도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과 왜곡은 극에 달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당시 백조로 칭송받던 칠레의 연금 민영화가, 깡통계좌 속출 및 국가의 부담 증가로 인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오히려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2003년의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3년 반 동안의 진통 끝에 2060년까지 재정 안정을 달성하는 제도개혁을 해냈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이 쌓여가고 있는데 왜 서둘러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해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을 키우느냐는 비판론이 컸다. 시간이 흘러 수급자가 많이 나오면 자연히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것이고, 그때가서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심화되는 공무원연금을 보더라도 적기에 제대로 된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지 않을 경우 파생되는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은 매우 현명한 조치를 취했다고 확신한다. 무엇보다도 재정안정 조치로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 못 받는다는 헛소문을 잠재웠다. 장기 가입한 연금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세금으로 생각해 연금 못 받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진짜 연금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미운 오리새끼였던 국민연금이 어느새 국민들 마음속에서는 백조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미운오리가 백조가 되어가고는 있으나 아직 완전한 백조가 되기까지는 보완해야 할 일이 있어서다. 먼저 보험료 인상이라는 추가적인 재정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 가시적인 재정안정 효과 외에도, 수익비 문제로 인해 못 올리는 연금 적용소득 상한을 현실화할 수 있어서다. 적용소득 상한을 높이면 낮은 소득대체율에서도 실제 받는 연금액은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국민연금의 아킬레스건인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축소하기 위한 ‘두루누리 사회보험’ 제도의 확대도 필요하다.

사업장 가입자에게만 한정된 ‘두루누리 사회보험’ 사업을 이 제도를 가장 필요로 하는 저소득 자영자와 특수형태 근로자, 그리고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월 150만원 수준의 상당수 요식업 종사 근로자 등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당장은 소요재원이 더 들지라도, 확대 적용된 ‘두루누리 사회보험’을 통한 사각지대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서 그렇다. 사각지대가 줄어들면 자신의 힘으로 노후를 준비한 사람이 많아져 미래 국가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에 선순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완전한 백조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다가오는 전대미문의 초고령 사회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노력을 밑거름 삼아 다시 한번 힘을 쏟아 부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의 순탄한 앞날과 국민연금이 진정한 백조가 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리해야 할 것이다. N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