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 독자들의 수필 :: 아버지의 문자 :: "(딩동~!) 어, 장인어른이 보내신 문자네." "아버지가 문자를...?" 신랑이 건네주는 전화기에는 정말 아버지의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 게다가 아주 긴 문장으로 맏사위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이런저런 덕담이 가득했다. 아버지가 언제 문자 보내는 방법을 아신 걸까? 동생이 대신 입력한 건가? 작년 겨울, 방학을 맞은 아이와 친정에 갔을때만 해도 아버지는 문자보내는 방법을 모르셨다. 며느리에게 온 문자에 답장을 못했다고 문자 발송을 배워봐야겠다며 돋보기를 쓰시던 아버지. 받는 사람을 입력하고 메세지를 쓰는 아무렇지 않은 과정들이 일흔이 넘은 아버지에게는 좀 어려웠나보다. 더듬 더듬 누르고 지우기를 30여분. 결국 아버지가 보내려는 말씀을 대신 입력해서 보낸 적이 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번호를 매겨가며 문자보내는 법을 메모해두고 오긴했다. "엄마, 아버지가 문자를 보내셨는데 어떻게 된거예요?" 엄마에게 전해들은 그 간의 이야기는 가슴을 찡하게 했다. 그 동안 문자보내는 것을 연습한다고 엄마의 전화기로 수시로 문자를 보내셨단다. 다른 번호로 보내고서 왜 문자가 사라졌냐며 답답해 하기도 하셨고 틀린 글자로 보내기는 부지기수. 아버지가 문자를 보낼 사람이라고 해봐야 가족밖에 없는터라, 사용하지 않으면 또 잊어버리신다고 그렇게 엄마의 휴대폰으로 연습을 아주 많이 하셨단다. 자식에게도 혹시나 오탈자를 보낼까봐 침침한 눈으로 읽고 또 읽으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왔다. 요즘 아버지는 주민센터에서 정보화교육을 받고 계신다. 평생 운전만 하신 아버지가 컴퓨터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초등학생인 손자와 이메일을 주고받기 위해서 라고 하셨다. 아버지 메일 주소에는 손자가 어릴적부터 쓰던 "할비"라는 애칭이 들어가 한참을 웃었다. 앞으로 컴퓨터를 배우는 아버지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고 흐뭇하기만 하다. 내마음의 풍경 :: 독자들의 수필 :: 행복한 운전 :: 내가 운전을 배우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친정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가 연로하시다 보니 대중 교통 이용하는 걸 힘들어하셨다. 자식들 집에도 다니지 못하고 홀로 시골에서 지내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했다. 결국, 내가 엄마를 보러 다녀야겠다 싶어 운전을 배우게 되었다. 집 주변에서 충분히 연습을 한 후 처음으로 친정나들이를 하기에 이르렀다. 친정으로 향하던 날은 더구나 비도 부슬부슬 내렸다. 고속도로는 처음이라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을 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친정에 도착했다. 엄마는 애를 태우며 기다리고 계시다 내가 들어서자 마치 개선장군을 맞이하듯 날 반겨주었다. 그 날 오후 나는 두번째 모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잠시 밖에 나가셨던 엄마가 동네 어른 세분을 모셔온 것이다. 모두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계셨다. “우리 딸이 운전을 잘하니께 염려들 말어. 장에 잘데려다 줄 것이구만.” 엄마도 옷을 갈아입으시더니 장바구니를 들고 나오셨다. 그제야 나는 사태를 파악했다. 동네 어른들을 장까지 모시고 가야하는 특명이 내게 떨어진 것이다. 고향에는 노인들만 살고 계신데다 교통 환경이 무척 열악하다. 그러다보니 동네에 차가 들어오면 모처럼 노인들이 모여서 함께 장을 보러간다. 나는 걱정이 앞섰다. 비가 오는데다 운전이 서툴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자신 있게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운전을 하느라 온몸이 경직되는것 같았다. 어른들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 용을 쓴 탓이었다. 엄마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우리딸이 운전을 배운지 얼마 안 되는데 머리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운전을 잘한다며 자랑이 한창이셨다. 그날 나는 운전뿐만 아니라, 온 시장을 뛰어다녀야 했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이 내게 이것 저것 사달라며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어르신들은 고맙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으셨다. 엄마는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셨다. 뿌듯함이 가슴에 차올랐다. 엄마의 행복한 모습이 내 가슴에 아롱다롱 추억으로 새겨진 날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좀 서툴면 어떠랴. 엄마가 행복할 수 만 있다면 앞으로도 아낌없이 엄마와 동네 어르신들의 다리가 되어드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