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꾸준히 일정한 수익 내는 게 중요

지금까지 지배구조에 집중했지만

이젠 환경‧사회 평가지표 늘릴 것”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에게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은 단기간 고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일정한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자”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ESG와 관련된 문제로 훼손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ESG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 각종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모두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국민연금에 ESG는 피해 갈 수 없는 이슈"라며 "앞으로 ESG 중에서도 환경(E)이나 사회(S) 관련

평가 지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 국민연금공단

“ESG 투자로 기업 가치 높일 수 있어”

국민연금이 ESG 투자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른데 국민연금이 ESG 분야에선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획일적으로 들이댄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단순히 ESG 분야에서 저조한 기업의 지분을 무조건 파는 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이 아니라 주주 행동을 통해서 기업의 경영을 개선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ESG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6년 유엔이 PRI(책임투자원칙)에서 금융 투자자에게 ‘ESG를 고려하고, 적극적 주주 활동을 통해 이를 관철하라’는 메시지를 내놨다”고 했다. 환경이나 인권 개선을 위해 각국 정부뿐 아니라 국제기구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국민연금도 이런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은 국내 대표 기업들을 모두 포트폴리오 안에 담고 있기 때문에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ESG 활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간 ESG 중에서도 쟁점은 주로 지배구조(G)였다. 그는 “이제는 환경(E)과 사회적 책임(S)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ESG 관련 13개 중요 이슈, 52개 세부 지표를 기준으로 국내 기업 대상 ESG 평가를 한 해 두 번씩 한다”며 “세부 지표의 수를 늘리면서 환경·사회 분야 세부 지표 수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투자 원칙을 세웠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아동 인권 개선이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등을 고려해 투자 대상 업종을 정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 투자 확대, 수익성에 도움”

국민연금이 지난 4월 국내 주식에 더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증시 부양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에 떠밀려 근시안적인 결정을 했다”고 비판하는 부분이다. 2030년부터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출이 더 커지는 만큼 연금을 지급할 돈이 부족하면 결국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채권 등을 팔아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국내 주식 보유 한도가 낮을 경우 이를 지키기 위해 급히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 경우 최적의 매도 타이밍이 아닐 때 주식을 팔아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또 “보유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국내 주식을 팔면 투자자들에게 ‘국민연금이 어떤 의도를 갖고 주식을 판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보험료 조정 같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정부는 보험료율(현재 소득의 9%)을 최대 13%까지 올리고, 나중에 받게 되는 연금 금액의 수준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도 최대 50%까지 올리는 등 여러 선택지를 담은 국민연금 개선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법 개정 절차는 크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그는 “연금 개혁은 여야가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입장을 떠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나중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상황까지 이어지면 미래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보험료율을 감당해야 한다. 김 이사장은 “인구 규모가 큰 지금의 기성세대가 인구 규모가 작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보험료를 부담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