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헤어지기 너무 아쉽다.”
“나도!”
이렇게 닭살 멘트를 날리던 닭살 커플 진희씨와 성국씨는 급기야 결혼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 딴에는 “우리는 결혼하면 정말 알콩달콩 잘 살 수 있을 거야” 라고 장담을 하며, 결혼 준비를 했다.
그런데…, 진희씨가 씩씩대며 성국씨를 향해 “우리 이 결혼 깨” 하며 소리를 버럭 지르고 뒤돌아서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에 맞서는 성국씨. “결혼 깨자고? 그래 누가 못할 줄 알고, 그래 깬다, 깨. 없었던 일로 하자” 하고는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사돈 어른께 예식장 문제로 한번 뵙자고 해야 하는데, 시간이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봐 줄래?”
저녁 식탁을 차리던 영숙씨가 성국씨를 향해 말을 건넨다. 일순간 성국씨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곤란한 표정으로 영숙씨를 본다.
“저기 그게요. 어머니. 신혼 여행을 유럽을 가나, 일본을 가나 드는 돈은 똑같은데, 난 일본은 갔다 왔으니까 유럽을 가자고 하는데, 기어이 일본을 우길 건 뭐냔 말이에요.”
영숙씨는 성국씨나 진희씨의 철없음에 그저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런데 몇날 며칠을 화해할 기미가 안보이는 예비신랑 신부를 보니 짐짓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혼식을 안 하겠다는 거니? 이제 와서?”
예비 며느리를 불러다 앉힌 영숙씨는 진희씨를 향해 묻지만 진희씨의 입에서도 성국씨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면 그 사람을 위해서 봤던 영화도 또 봐 주는데, 갔던 여행지 한 번 더 가보는 게 어떻다고요. 저는 정말 일본으로 가고 싶단 말이에요, 어머니.”
예비 며느리의 볼멘 소리에 영숙씨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던 두 사람의 문제는 급기야 결혼식에서 터져 나오고 말았다.
“신혼 여행 취소한 거 다시 안살린 거야?”
“어머니가 하신다고 했는데….”
“뭐 어머니께서?”
아들 내외의 이유를 묻는 시선이 영숙씨에게로 와 닿는다. 영숙씨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잇는다.
“전화했더니 니들이 신청했던 패키지가 다른 사람한테로 넘어 갔다고 하더구나.”
“그러시면, 저희들한테 말씀해 주셨어야죠.”
진희 씨의 말에 영숙씨는 짐짓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하면서 영숙씨가 내놓은 것은 두 장의 속초행 좌석버스 표였다.
이 엄마가 자원봉사 활동하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소개받은 건데, 이번에 생활체육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장애 청소년의 동계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한번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뜻깊은 신혼 여행도 보내고 오려무나.”
“이게 뭐야?”
버스에 몸을 실은 진희씨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비명을 지른다.
“나는 뭐 좋은 줄 알아?  평생 한 번 있을 신혼여행을 외국이 아닌 강원도 속초에서 보내야 한다니….”
역시 투덜거리는 성국씨. 그렇게 두 사람은 본의 아닌 신혼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 남편 파이팅.”
운동장 한편에서 성국씨를 향해 지르는 고함소리는 진희씨. 장애청소년들끼리의 탁구 대회가 있던 날, 정신지체3급을 앓고 있는 아이와 한 조가 되어 탁구를 하고 있는 성국씨를 향해 외치는 소리였다.
“야호, 신나지? 누나랑 타니까 더 신나지?”
장애우 한 명을 앞에 앉히고 진희씨는 한층 들뜬 목소리로 눈썰매를 타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올 저녁 무렵, 진희씨는 한층 밝아져 있었다. 언제 싸웠냐는 듯 성국씨와 진희씨는 서로의 손을 잡고 숙소로 들어섰다.
“내가 오해하고 있었나봐, 어쩜 애들이 저렇게 맑고 밝을까?”
“그러게, 나도 처음 느꼈네, 어머니 봉사활동 다니실 때 그렇게 같이 가자고 하셨어도 한 번 안 갔는데, 진작 한 번씩 따라갈 걸 그랬나봐,”
다음날 서바이벌 경기가 한창이던 경기장에 취재진이 찾아왔다. 그리고는 성국씨와 진희씨를 향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두 분이 신혼 여행 대신 봉사하러 이곳에 오셨다면서요? 어쩌면 그렇게 뜻 깊은 생각을 하셨는지요.”
질문을 받은 성국씨와 진희씨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순전히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어머니 영숙 씨 때문에 오게 된 봉사 활동이 아닌가? 그렇다고 신혼 여행 계획이 다툼 끝에 무산되어서 어쩔 수 없이 왔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난감하고, 참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아내가 뜻 깊은 일 하나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아니에요. 제 남편이 외화 낭비하면서 해외여행 가느니, 좋은 추억 남기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서….”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영숙씨 앞에서 한껏 신혼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가슴이 뿌듯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신혼여행동안 우리만큼 좋은 추억 가지고 온 부부도 없을 거예요. 어머니 그쵸?”
진희 씨의 수다가 듣기 싫지 않았던지 영숙씨는 ‘씨익’ 미소를 띠는데….
“어머니 앞으로 봉사활동 가실 때 가끔 저희도 데려 가세요.”성국씨도 한마디 거든다. “그래서 이제 화해는 한 거니? 신혼여행 땜에 싸워 결혼을 하느니 마느니 싸우더니.”
“저희가 언제요?”
화들짝 놀라는 두 사람,
“성국씨 과일 먹을래요? 어머니, 제가 과일 깎아올게요.”
얼른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는 진희씨의 뒷 모습을 보며 영숙씨는 미소를 짓고 만다.
아들 성국씨에게 충고 를 하는 영숙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