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S diary

하늘에 있는 남편이 보내 온 용돈

제12회 국민연금 수급자 생활수기 공모전 - 최우수상 김채윤



국민연금을 말한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를 둔 38세 주부입니다. 대학 선배인 남편과 5년여의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연애할 때부터 육아는 제가 전담하기로 하였습니다. 2년이 채 안 되는 직장생활이 아쉽기는 했지만, 육아는 꼭 제 손으로 하고 싶어 전업주부로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24살 어린 나이에 세상 물정 모르고 결혼하여 살다보니 국민연금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다만 ‘세금’이 빠져나가고 나머지가 남편 통장 월급으로 입금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활발한 남자아이를 키우느라 하루하루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이렇게 빨리 국민연금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쯤 청천벽력 같은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수화기를 통해 남편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항상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슬픔의 깊이는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제발 꿈이길 바랐으나 순식간에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고 그 후에도 여기저기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일일이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망연자실한 일상을 살던 제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 근무하는 여직원이었습니다.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연금의 형태로 받을 것인지 심사를 해야 하니 남편의 사망진단서를 비롯한 다른 서류를 갖고 방문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살아 있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연금을 일시금 수령 하실지 연금으로 수령 하실지 심사를 거쳐야 해요. 다만 연금을 수령 하시는 것이 앞으로 생활 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더 도움이 되니 서류 접수하시고 심사를 거쳐서 결과를 알려 드릴게요” 라는 친절한 설명에도 저는 “그냥 그렇게 애쓰시지 마시고 아무렇게나 해주세요”라고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며칠 후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그분의 전화에도 “네...”라며 단답식의 대답을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감사 말씀도 못 드린 게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제게 도움이 되기위해 애써 주셨는데 저는 그때는 연금이 이렇게 좋은 혜택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제가 간호사로 근무해서 받는 월급은 어느 곳에 근무하나 220만원을 넘기가 힘듭니다. 미혼 여성들도 취업하기 힘든 요즘 시대에 저는 그나마 면허증을 갖고 하는 직업이라 재취업하여 그 벌이로 아이 하나 키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한 가지 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매월 25일, 한 번의 착오 없이 제게 꼬박꼬박 입금되는 30만원 정도의 유족연금입니다. 제 월급의 15%가 넘는 금액입니다. 저는 이 돈으로 휴대폰 요금, 인터넷 요금, 아파트 관리비 등의 공과금을 내고 있습니다. 물론 저축을 하면 좋겠지만 아직 아이 학원비 등의 돈이 많이 드는 시기라서 그렇게는 못 하고 있 습니다.

매월 25일은 하늘에 있는 남편이 저와 아이에게 용돈을 보내 주는 날입니다. 우리를 두고 먼저 간 남편이 야속하고 밉다가도 유족연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살아 생전 남편이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로 제가 이렇게 큰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는 사실에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생각과 함께 남편이 많이 그리워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신문에서 종종 국민연금에 대한 기사를 읽곤 합니다. 다른 제도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도 사회 환경과 국민 요구에 맞춰서 개선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되지만 든든한 사회안전망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저로서는 현재로도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10년도 불입하지 못한 남편의 연금 보험료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시고, 바쁘게 살다가도 25일만큼은 남편을 추억할 수 있게 해주셔서 국민연금공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심사 전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안내해 주시던 여직원분께도 이제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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