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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새해, 새날. 다정함을 꾹꾹 눌러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이들처럼.

edit 박마르(여행작가)      photograph Shutterstock.com
참고도서 《알베르 카뮈와 르네 샤르의 편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편지로 읽는 기쁨과 슬픔》


친애하는 나의 알베르, 당신이 무척 보고 싶습니다. 나는 자주, 아주 자주 당신 생각을 합니다. 친구로, 형제로, 인도자로. 이 마음이 삶을 본질적으로 고맙게 느끼게 합니다. 당신의 르네샤르 1951년 7월 3일 <프랑스의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르네 샤르가 알베르 카뮈에게 보낸 편지. 알베르 카뮈는 《이방인》으로 유명한 소설가다>
사랑하는 형에게 내가 형만큼 섬세하진 못하지만, 이따금씩 형이 느끼는 감정에 나도 함께 휩싸이면서 도저히 풀길 없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돼. 용기를 잃지 마, 형. 그리고 내가 얼마나 형을 그리워하는지 잊지 말길. 1889년 8월 14일 <테오가 형 반 고흐에게 보낸 편지>
사랑하는 여보, 초혜!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소. 당신이 떠난 그 순간부터 가을은 문득 깊어져 내 시간을 쓸쓸한 적막으로 채우고 있소. 당신과의 23년 세월. 세월이 쌓일수록 당신을 아내로 얻었음을 하늘에 감사하게 되오. 당신도 나를 남편으로 얻었음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데, 그렇지 않을까 봐 두렵소. 오늘 아침나절에 놀라움이 깃든 음성으로 머리칼을 헤쳐 보였을 때 나는 우리의 삶 23년을 순간적으로 떠올렸고, 부끄러운 듯 숨어 있는 흰 머리카락들마저 대견하고 사랑스러웠소.
                                                                               그래서, 물을 들이지 말라, 고 했었던 것인데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우리는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에 이르러 있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는 거요. 하늘은 언제나 우리를 축복하고 보살필 것이오. 혼자 자는 잠자리가 춥겠소. 1985. 9. 22 밤 죽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할 당신의 남편 정래 <소설가 조정래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
나만의 사람, 마음의 사람인 남덕이여! 나는 당신의 편지와 그립고 그리운 아이들과 당신의 사진을 기다리고 있소. 지금은 싸늘하고 외로운 한밤중, 뼈에 스미는 고독 속에서 혼자 텅 빈 마음으로 있소. 그림도 손에 잡히지 않아 휘파람,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시집을 뒤적이기도 하오.
                                                                               당신의 편지가 늦어지는 걸로 보아 혹시 당신이나 아이들이 감기로 눕지나 않았는지요? (중략) 오직 하나의 즐거움, 매일 기다리는 즐거움은 당신에게서 오는 살뜰한 편지뿐이오. 당신의 편지를 받는 날은 그림이 한결 더 잘 그려지오. 정말 외롭구려. 하루빨리 건강하고 다사로운 기쁨의 편지를 보내주기 바라오. 오늘 밤은 이쯤에서 당신과 아이들의 건강을 빌면서 내일의 활기찬 제작을 위해 자야겠소. 중섭 <화가 이중섭이 일본에 있던 아내 이남덕(마사코)에게 보낸 편지>
여동생 윌에게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거나 전혀 알지 못할 때라도,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약국에서 파는 약보다 더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발전하게 돼 있다. 그러니 너무 기를 쓰고 공부하지 말하라. 공부는 독창성을 죽일 뿐이다. 네 자신을 즐겨라! 부족하게 즐기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즐기는 쪽이 낫다.
                                                                               그리고 예술이나 사랑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라. 그건 주로 기질의 문제라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887년 여름~가을 <고흐가 여동생 윌에게 보낸 편지>
선생님 누군가 저에게 잊지 못할 데이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고개를 끄덕일 수가 있습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네루다를 떠올리게 하는 은발의 시인, 바로 선생님과의 만남 때문이에요. (중략) 나이가 들면 청각이 약해져서 남들이 하는 소리를 잘 못 들을 때가 있지만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씀하셨지요. 꽃이 떨어질 때의 소리, 별이 질 때의 소리. 저는 그 말씀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그저 분주하기만 한 일상에서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며 살아가는 저는 단 한 번이라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날,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서 저는 새로운 세상과의 관계 맺기를 한 것 같습니다.
                                                                               혜화동에 내리는 빗소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의 노래였고, 그 노래는 노을을 고요히 물들이고, 노을에 물든 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귀 기울여보았습니다. 2005. 4. 24 박미경 올림 <수필가 박미경이 시인 황금찬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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