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파급력

올 초 증권가 정보지(찌라시)에 실린 한 요약본이 전국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자리에 모인 제약회사 대표들이 나눈 이야기라는 이 요약본에는 코로나19 백신이 4월경 나올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백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던 대중들에게 백신이 곧 나올 것이란 얘기는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해당 정보지 내용은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 모바일 채팅앱 등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다. 물론 지금은 대다수 사람들이 백신 관련 뉴스와 기사들을 많이 접하면서 백신 개발과 제조 과정이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불과 올 초만 해도 다수의 사람들이 곧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믿었다. ‘기획재정부’, ‘제약회사 대표’ 등 그럴 듯한 출처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백신이 나올 것이란 구미 당기는 내용까지 담은 가짜뉴스 탓이다.
가짜뉴스는 이처럼 흥미롭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에 진짜 뉴스보다 훨씬 빠르게 퍼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현상을 칭하는 용어도 있다. ‘정보(information)’와 ‘유행병(epidemic)’의 합성어인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가 전염병처럼 번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처럼 혼란한 틈을 타고 들어온 가짜뉴스는 새로운 정보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진다.
세계보건기구(WHO), 각국 보건당국, 심지어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큰 파장을 일으킨다. 누가 들어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자외선을 쬐거나 소독제를 몸속에 주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 웃음 거리가 됐다.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표백제나 소독제 마시는 흉내를 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조롱했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소독용 알코올을 마시고 500명 넘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정보력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정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실감케 했다.

일상에 스며든 다양한 건강 괴담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인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는 바이러스보다 가짜뉴스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인포데믹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인포데믹을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강 관련 인포데믹은 코로나19 사태 훨씬 전부터 이미 일상에 잠식해 있었다. 선풍기를 틀어 놓은 채 자면 죽는다는 괴담부터 감기에 걸렸을 땐 땀을 빼는 게 좋다거나, 신체부위 중 열 손실이 제일 심한 부위는 머리라는 건강상식까지 인포데믹이 영향력을 뻗치는 범위는 방대하다. 선풍기 루머는 잘 때 방문을 닫고 선풍기를 켜면 저체온증 혹은 질식사로 사망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지금까지 이렇게 사망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감기 바이러스는 종류가 무수히 많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땀을 빼면 빨리 낫는다는 정보 역시 어불성설이다. 머리가 다른 신체 부위보다 열 손실이 크다는 정보는 겨울철 머리를 제외한 다른 신체부위들을 감싸 어쩔 수 없이 머리로 열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오해다.
한때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면 분자구조가 바뀌어 발암 물질이 생긴다는 가짜뉴스도 있었지만, 이는 보건 당국 차원에서 해명이 이루어졌다. 식약처는 전자레인지가 물 분자끼리 부딪치도록 만드는 기능을 할뿐 발암물질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강에 좋은 물이라며 광고하는 육각수나 수소수, 혈액순환에 좋다는 게르마늄 팔찌, 피로를 풀어준다는 음이온 등도 모두 과학적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채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유사과학이니 경계해야 한다.
가짜 건강 정보의 확산은 아동이나 노인 건강에 특히 위협적이다. 잘못된 건강 정보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의 건강에 직격타를 입힐 수 있다. 정보를 필터링하는 능력이 부족한 어린 아이들은 잘못된 건강상식을 그대로 믿고 따르기 쉽다. 특히 아이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기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경로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가 많아 인포데믹에 노출되기 더욱 쉽다.
이에 페이스북은 지난해 거짓 정보들을 걸러내기 위한 인력을 대거 고용했다. 트위터는 인공지능 기술로 가짜뉴스를 막겠다고 밝혔고, 유튜브는 콘텐츠의 신뢰도를 우선시하는 알고리즘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포데믹의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공신력 있는 정보로 팩트 체크해야

따라서 인포데믹에 노출되는 개인의 판단력 역시 중요하다.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부터 걸러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정보 수용자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해당 정보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매체 등을 통해 나온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편향된 정보에 휩쓸리지도 않아야 한다. 요즘에는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동영상 사이트 등이 개인 맞춤형 콘텐츠들을 추천하기 때문에 메인 페이지를 통해 접하는 정보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연관된 편향된 정보들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해당 정보들을 그대로 맹신하기보다는 더블 체크를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관련 내용들을 검색해보고 가급적 신뢰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관들에서 나온 정보들을 중심으로 팩트체크를 해야 인포데믹에 휩쓸릴 확률이 줄어든다. 가령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개인 유튜브 방송이나 소셜미디어 글보다 보건복지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같은 보건 당국,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와 같은 의료전문가 집단이 공개하는 내용들을 우선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좋다. 건강과 관련된 가짜정보는 나와 내 가족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번, 세 번 중복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