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여행기 :: 광주에서 만난 두근두근 가을 :: 빛고을 광주의 가을빛은 남다르다. 무등산의 능선을 따라 하이얀 억새가 물결치고, 100년 전의 시간이 멈춘 골목에는 아련한 빛이 수놓여 있다. 누구라도 시인이 되게 만드는 광주의 가을 속으로 걸어가 본다.

신의 돌기둥 넘어 억새물결, 국립공원 무등산

가을이 찾아오면 무등산 능선에는 낭만이 넘실댄다. 한걸음 한걸음 하늘과 맞닿은 억새평원에 오르면 눈 앞에는 은빛물결 가득 출렁이고, 발 아래는 남도의 산하가 겹겹이 펼쳐진다. 무등산에는 원효사에서 꼬막재를 넘어가는 목장 일대와 규봉암 가는 길 그리고 백마능선 등 알려진 억새밭이 많다. 그 중 중봉 아래 억새 군락지를 최고로 꼽는다. 서석대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이 온통 은빛 물결이다. 햇살과 바람에 나부끼는 눈부신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노라면 가을 분위기에 흠뻑 젖는다. 이곳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다. 1998년 군부대가 이동하고 나서 은빛 광장으로 복원되었다.
무등산하면 신의 돌기둥을 빼놓을 수 없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바라봐도 둥그스름한 모습을 하고 있는 무등산은 속살 구석 구석 돌기둥들이 삐쭉삐쭉 솟아있는 신기한 산이다. 무등산 정상 천왕봉으로 가다 보면 서석대와 입석대가 호위하듯 서 있다. 거대한 기둥들이 하늘을 떠받들 듯 솟아있는 서석대와 입석대는 신의 돌기둥이라 불린다. 한 면이 1m에서 2m 남짓, 높이가 무려 20m에 이르는 오각형, 육각형 기둥들이 병풍처럼 서 있다.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활동으로 생겨 난 주상절리다. 나이로 따지면 9,000만 살. 한반도의 성장통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무대다. 입석대와 서석대는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되어 있다. 광주의 상징 무등산(해발 1,187m)은 2013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이다. 1988년 월출산이 지정된 후 24년 만에 탄생한 21번째 국립공원이다. 무등산의 옛 이름은 ‘무돌뫼’였다. ‘무돌’은 ‘무지개를 뿜는 돌’이라는 뜻을 가진 멋진 이름이다. 무등(無等)을 한자로 풀이하면 ‘이 세상에 무등산과 견줄 만한 산이 없다’라는 뜻이 된다.
무등산으로 오르는 대표적인 코스는 증심사 주차장에서 의재 미술관과 증심사를 지나 당산나무, 중머리재를 넘어 장불재, 입석대, 서석대로 오르는 코스다. 증심사 주차장에서 장불재까지는 2시간이 소요된다. 장불재에서 입석대를 지나 서석대까지 30분이 걸린다. 정상인 천왕봉은 군사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1년에 서너 차례만 공개하기 때문에 보통 때는 입석대와 서석대를 감상하고 내려가는 것이 무등산 산행 최고의 정점을 찍는 셈이다. 하산길은 서석대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의 억새평원을 만끽한 다음 중봉에서 증심사 방향 또는 원효사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하산시간까지 넉넉히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도시락이나 간식을 챙겨서 오르는 것이 좋다. 탐방로에 샘물이 따로 없기 때문에 물도 충분히 준비해야한다.

무등산 억새군락 증심사 입구에 있는 의재미술관 가을로 물든 서석대

미술관과 양림동 한 바퀴

증심사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의재미술관은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2001년 제10회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미술관은 무등산 풍경 아래 나지막이 자리 잡은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1층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무등산의 사계가 펼쳐진다. 의재미술관은 화가 허백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 허백련 선생이 타계할 때까지 머물며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곳이다. 사군자와 서예 등 그의 대표 작품과 춘설헌 현판 그리고 그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무등산에서 양림동으로 발길을 돌려 100여 년 전의 빛고을을 타박 타박 걸어 봐도 좋다. 광주의 서양 근대 문화가 태동한 양림동은 시간이 멈춘 듯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뾰족한 지붕과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양림교회에서 출발한다. 광주 최초의 교회인 양림교회 옆에는 1914년에 지어진 오웬기념관이 있다. 회색벽돌로 지은 독특한 이 건물은 각시탈 촬영지로 도 유명하다. 교회 뒤쪽에 어비슨 기념관에서 제 중로46번길을 따라가면 피터슨선교사 사택과 배유지기념예배당 그리고 우일선선교사사택과 선교사묘역 그리고 호랑가시나무가 연이어 나타난다. 수피아여자중·고등학교의 수피아홀은 박애순 선생이 3.1만세운동 태극기를 만들며 밤을 지새운 역사의 현장이다.

100년전 시간이 멈춘 듯한 양림동 수피아홀 :: 무등산 억새군락 :: 여행정보 :: 국립공원관리공단 무등산 사무소 :: 광주광역시 동구 동산길 29 :: Tel. 062-227-1187 :: 의재미술관 :: 광주광역시 동구 증심사길 155 :: Tel. 062-222-3040 :: 광주광역시청 문화관광포털 :: http://utour.gwangju.go.kr

보리밥이냐 떡갈비냐

무등산보리밥과 송정떡갈비는 광주를 대표하는 먹거리다. 증심사 주차장 쪽에는 보리밥집들이 많다. 수육에 쌈채소를 비롯해 무려 20여 가지반찬이 나오는 보리밥이 일품이다. 신선한 채소와 제철나물들을 골고루 넣고 쓱쓱 비비면 말 그대로 꿀맛이다. 특히 전국으로 소문난 광주 김치는 밥 한 그릇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밥도둑이다.
송정 떡갈비 골목에 들어서면 떡갈비 굽는 냄새가 고소하다. 질 좋은 한우와 국내산 돼지고기를 잘 다져 간장 물엿 생강 등 12가지 양념으로 숙성해 석쇠에 굽는다. 향긋한 불향과 고소한 육즙이 살아있는 떡갈비는 입 안에 들어가자 마자 살살 녹는다.

글·사진 _ 유은영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