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100세 건강법 :: 쏟아지는 건강 정보, 건강한 정보인가? :: 글 _ 손정현 한의사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아침 시간대에 몰려 있는 이런 방송에는 의사와 한의사, 식품영양학과 교수들이 출연한다. 대개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출연한 연예인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마지막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약물들을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아침 시간대의 주 시청자인 가정 주부와 어르신분들께 이런 프로그램은 좋은 정보 제공처이다. 특히 온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의 경우 이런 프로그램은 아주 유용하다. 그런만큼 방송에서 전달되는 내용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 근거있는 내용들로 꾸며져야 한다. 자칫 근거없는 내용들이 와전되어 가족의 건강에 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넘쳐나는 건강 정보, 그 부작용

요즘은 건강 정보 프로그램들이 워낙 많다 보니 사회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패널들 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어려운 의학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더욱 쉽게 전달해준다. 하지만 정보의 과잉과 유사 프로그램간의 경쟁,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한 몇몇 의료인들의 과장된 발언과 선정적인 편집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시청 후 본인의 건강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경우라든지, 그런 걱정때문에 프로그램의 말미에서 제시하는 음식 처방과 식습관에 너무 집착하게되어 편중된 습관을 들이게 되면 결과적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요즘 집집마다 홍삼, 백하수오, 아로니아 등 아마 무언가를 달인 차나 음료 하나 쯤은 있을 것 이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고 또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 는 효소 발효액이 유행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효소발효액으로 효과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 효능과 만드는 방법, 주의할 점등을 안내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또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물 대신 항상 발효액을 마신다는 사람도 출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른 프로그램에서 효소발효액으로 인한 과도한 당분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방영되었고,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질이 낮은 제품으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건강기능식품산업이 맞물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평소에 건강을 신경쓰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질병 상태에서 특정 음식이 이로운 경우 도 있다. 앞서 언급한 효소발효액도 적절히 잘 음용하면 건강에 매우 좋고, 백하수오도 약으로 쓰일만큼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홍삼을 비롯한 여러 가지 건강기능 식품도 잘만 복용하면 건강 증진에 많은 도움이된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쏟아지는 건강 정보에 대처하는 자세

요즘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건강과 음식 관련 정보를 어떤 자세로 보아야 할까? 일단은 두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이론들은, 비단음식에 대한 이론 뿐만 아니라 의학 이론조차도 가설에서 시작한다. 가설은 이후 연구 결과에 따라 이론으로 정립되거나 폐기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과거 1980~90년대의 다이어트방식은 저지방 식이가 큰 흐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저탄수화물 식이가 트렌드가 되었고, 최근에는 저탄수화물 식이 조차도 그와 관련한 기존의 이론을 반박하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대세에 맞춰 여러가지 다이어트를 시도해보신 분들 중 성공하신 사람도 있겠지만 실패하여 건강을 해친사람들도 많다. 이렇듯 무언가 한가지에만 몰두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다른 예로 치료 목적이 아닌 건강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복용하는 흔한 비타민 보충제도 그 유효성에 대해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유의미한 이론들은 검증을 통해 결국 살아남게 되어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가 있다면 섣불리 맹신하지 말고 일단 의심하며 지켜보시는 것이 좋다. 참고를 한다면 과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한다.
그리고 항상 의료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간혹 방송에 출연한 의료인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의 요구에 맞추어 이야기를 재밌게 끌어가다보니 가끔 과장된 발언을 하기도 한다. 또 의료인을 사칭하여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무릇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귀에 더 쏙쏙 들어오는 법이다. 하지만 건강이 염려가 된다면 가끔 지루한 이야기를 듣게되더라도 가까운 의료 기관에서 건강상담을 받고 그들의 의견을 반드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가끔 모임에 나가 소개를 할 때 한의사라고 말하기가 꺼려질 때가 있다. 소개를 하는 순간 여러가지 질문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몸에 좋은 음식과 약초에 관한 질문들이다. ‘항상 피곤한데 간이 나쁜건가요?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을까요?’ ‘갱년기 때문에 얼굴이 달아오르는데 하수오를 먹고 있어요.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들에 속시원히 답하고 싶지만, 대답하기가 곤란할 때가 많다. 내가 무심결에 말한 한 두가지 음식과 생활 습관들이 그들의 건강을 해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소박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

또 한가지 곤란한 것은 진료실이 아닌 사석에서 받게 되는 사상체질에 관련된 질문이다. ‘한의원에서 제가 태음인이라고 하던데 어떤 음식이 좋나요?’ 보통 이렇게 묻는다. 누구나 다른 체질을 가지고 있고 그에 잘 맞는 음식이 있다. 특히 질병에 노출된 사람과 질병 상태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체질에 맞는 음식이 약으로도 사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질병 상태가 아닌 건강한 사람이라면 편중된 음식 섭취는 오히려 독이 된다. 그래서 체질과 음식 조절법은 참고만 하시라 말한다. 그리고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자세히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 너무 재미가 없는 대답이라 많이들 실망한다. 하지만 노자에도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하지 않다(信言不美 美言不信)’라는 말이 있듯, 가장 소박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제철음식을 가리지 말고 적당량을 골고루 드세요”
모두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건강한 습관으로 본인의 건강을 스스로 현명하게 지켜나가길바란다.

가장 소박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

글 _ 손정현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