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여행기 :: 남원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동장군이 와도 지리산 품은 따뜻했네. :: 지리산의 품에 깊숙이 안겨있는 남원은 남쪽 언덕이라는 따뜻한 이름을 지녔다. 사랑가를 끝없이 흥얼거리며 지리산을 돌다가 영혼을 밝히는 석등 앞에 섰다. 눈은 펑펑 내리고 마음은 포근하다.
실상사 석등

마음을 밝히는 일, 실상사

실상사(實相寺)는 지리산 천왕봉이 오롯이 마주 보이는 자리에 있다. 깊은 산속 여느 절과는 달리 평지에 터를 잡았다.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산을 마주하고 선 절이다. 실상사는 한번도 안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다녀온 사람은 없다 할 만큼 한번 다녀오면 다시 그리워지는 진실한 모습을 지녔다.
보광전에는 ‘실상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하고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가 망한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범종이 있다. 범종에 일본 열도가 그려져 있어 스님들이 종을 칠 때마다 일본을 치게 되는 것 이다. 국보 제10호로 지정된 백장암 삼층석탑을 비롯해 석등과 삼층쌍탑 등 보물이 많은 실상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석등 앞 의 돌계단이다. 통돌을 3단으로 깎아 만든 이 디딤돌은 등에 불을 켜기 위한 등계다. 신라 시대석등으로는 오로지 실상사에만 남아있다. 지리산 연봉에 둘러싸인 절에 일찍 어둠이 내린다. 등을 켜는 명등의 수행자가 등계를 밟고 올라가 어둠에 불을 밝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환해 온다.

따뜻한 손 잡고 오작교 건너기, 광한루원

광한루원에 가면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허둥둥 내 사랑이야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가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곳이다. 사람이 세운 누각 중에 이보다 아름다운 누각도 드물다.
조선 초 황희정승이 세운 광한루는 영주산과 봉래산, 방장산을 품은 호수와 그 위에 놓인 오작교를 거느리고 있다. 호남제일루라는 편액이 손색이 없는 곳이다.
완월정 옆으로 춘향이 탔을 높은 그네가 보이고, 그 뒤로 월매의 초가집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무지개다리인 오작교는 연인이 손을 잡고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부부가 함께 걸으면 금실이 좋아진다고 전한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가의 한 대목처럼 업고 건너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뜨거운 애국을 배우다, 만인의총

지리산의 웅장한 기가 흐르는 남원은 정유재란때 5만6천 명의 왜군을 맞아 1만 명이 결사항쟁을 벌이다 순국한 호국의 성지다. 치열한 전쟁이 끝난 뒤에 전사한 시신을 한곳에 모아 장사지낸 곳이 만인의총이다. 일제강점기 때 제사를 금지하는 수모를 당했지만, 광복 후 다시 제사를 지내며 호국정신을 기념하고 있다.
교룡산성과 약 20분 거리에 있어 남원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곳이며, 선조들의 나라사랑을 되새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기념관에 가면 만인의총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광한루원 : 바래봉 눈꽃축제 : 광한루원

바래봉눈꽃축제가 열리는 지리산 허브밸리

지리산 자락 운봉읍에 자리 잡은 허브테마파크는 2004년부터 허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남원은 강수량과 일조량이 많고 해발 100m에서 700m까지 고도가 다양해 허브재배의 최적지. 우리나라 허브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허브밸리에 가면 사시사철 허브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허브체험은 물론 지리산 자생식물을 볼 수 있는 전시실을 비롯해 허브식물원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향긋한 허브차를 맛볼 수 있는 카페도 인기 만점이다.
허브밸리의 배경은 바로 지리산의 바래봉이다. 바래봉눈꽃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겨울이면 바래봉은 설국으로 변한다. 눈썰매를 타고, 눈사람도 만들고, 연날리기도 하며 겨울과 한바탕 신나게 놀 수 있는 축제다.

바래봉의 겨울 : 여행정보 : 실상사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 50 Tel. 063-636-3031 : 광한루원 - 전북 남원시 천거동7 8 Tel. 063-625-4861 : 만인의총 - 전북 남원시 향교동6 36 Tel. 063-290-6600 : 바래봉눈꽃축제 - http://tour.namwon.go.kr(남원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글·사진 _ 유은영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