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말한다 :: 제11회 국민연금 수급자 생활수기 공모전 :: 국가가 평생 주는 용돈 :: 신동익 _ 최우수상

국가에서 보증하고 지급하는 국민연금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보다 확실한 저축이라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떠올리기 힘든 오늘날의 생활환경처럼, 국민연금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여보, 우리가 언제 국민연금에 가입했었지?”
“글쎄, 뜬금없이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
“아니, 우편으로 통지서가 날아왔는데 연금 보험료를 벌써 이렇게나 많이 납부했네.”
“어디 봐요, 어머! 언제 이렇게 많은 돈이 빠져 나갔어? 하긴, 통장 이체 내역 확인한 지가 언젠지도 가물가물하네요.”
“근데 이제 곧 수급자 자격이 돼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데.”
“어머, 웬일이야. 매달 그만한 돈이 어디예요.”
“남편 늙는 건 생각 안하고 저렇게 아이 마냥 좋아하니 씁쓸하구먼, 허허.”
어느 날, 우편으로 날아든 통지서엔 국민연금 수급 안내문이란 글귀가 크게 적혀 있었다. 돋보기안경 없이는 어지간한 글자 하나 읽기 어려운 내게도 한 눈에 보인걸 보면 몹시 반색할 만한 내용의 통지서라서 그랬나보다. 내용인즉슨 몇 달 후부터 연금수급권자 자격을 갖춘다는 내용이었다.
(중략)
세월이 흐를수록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이 처진 내 어깨만큼이나 오히려 점점 더 버거워져 가는 것만 같았다. 달리 생각해보면 이젠 우리 부부 둘만을 위해서 살아도 되는 나이건만, 장성한 자식들 결혼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그동안 모아둔 종잣돈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막일이며 공공근로며 이런저런 일로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러던 찰나 매달 꾸준히 지급된다는 국민연금 통지서는 그야말로 뜻밖의 복권 당첨 같은 것이었다.
제 아무리 나라경제가 팍팍하고 치솟는 물가에 화폐가치가 떨어진다 해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꾸준히 오르는 국민연금은 뙤약볕 아래의 느티나무였고,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 몸 하나 건강하면 평생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용돈이라 생각하니 왠지 모를 든든함에 입가에 웃음이 배시시 지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통지서를 읽고 아내가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여보, 이것 봐요. 지금까지 받은 연금액이 그동안 납부한 금액보다 훨씬 많아요.”
“그동안 받은 연금을 적금으로 묶어둬서 그 이자까지 생각하면 아마 그 이상이 될 테지.”
“어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당신 따라 진작 연금에 가입할 걸 그랬나 봐요.”
“이제 와서 그런 소리 다 부질없지. 그런데 당신은 지금 사업장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잖아”
“알아보니 가입기간이 짧아서 일시금으로밖에 탈 수가 없다던데요.”
“그래도 그동안 납부한 금액에 이자까지 더해 받을 수 있으니 그거 또한 어디야.”
그렇게 난 매달 받는 연금을 적립식 적금에 불입하여 목돈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공과금 등의 생활자금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이 돈 모아 자식들 결혼경비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계획 중이다. 먼 훗날에는 손자, 손녀들 용돈으로도 조금씩 손에 쥐어주고, 아내와 함께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작은 여유를 즐기기에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따금씩 뉴스에서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된다며 우리네 아들, 딸 세대들의 연금수급이 불안정하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내 주변에 누군가 국민연금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연금과 같은 제도는 이미 세계 여러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편화된 공적연금제도이며, 미지급된 사실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더욱이 국가에서 보증하고 지급하는 것이라 걱정은 과감히 떨쳐내라 조언하고 싶다. 나 역시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고, 수급자격 취득 이전까지는 항상 물음표가 따라다녔으니까 현재 젊은 세대들의 기우가 괜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보다 더 고맙고 윤택한 제도가 없을 만큼 훌륭한 제도라는 것이 결국 사실로써 입증되고 있지 않는가.
무병장수의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게 사람의 인생이라고 한다. 나 또한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겪은 우여곡절 속에서 절감하고 통감한 말이다. 생명보험 상품이 넘쳐나고 사적연금까지 즐비한 작금의 세태는 우리네 세대의 때 이른 은퇴에 따른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국가에서 보증하고 지급하는 국민연금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보다 확실한 저축이라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떠올리기 힘든 오늘날의 생활환경처럼, 국민연금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매달 월급명세서의 국민연금 원천징수 항목에 투덜대는 내 아들 녀석에게 오늘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아들아, 나도 너 같은 시절이 있었고, 너 역시 나와 같은 시절이 반드시 찾아 올 테니 앞날에 대한 준비에 너무 인색하거나 불평하지 말거라.”

글 신동익 _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