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말한다

천국의 월급날

제11회 국민연금 수급자 생활수기 공모전 - 우수상 하자마 미네꼬

유족연금을 받은 지 3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제 남편은 암 진단을 받고 1개 월 반 만에 세상을 떠났어요. 병을 치료하기에는 너무 늦은 발견이었습니다.
저는 1996년 한국에 시집왔습니다. 남편은 42세, 저는 33세로 남들보다 조금 늦은 결혼이었습니다. 우리는 농가의 헛간을 개축한 집을 빌려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전세금 2000만 원이 필요했는데 부족한 돈 500만원을 시어머니와 남편이 벌어서 1년 만에 겨우 만들었습니다. ‘가난해도 노력하고 열심히 살면 어떻게든 된다’는 것이 남편과 나의 신조였습니다.

시어머님과의 동거는 한국 풍습을 모르는 나에게는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혼기를 놓친 아들에게 잘 왔다고 기뻐해 주시고 예뻐해 주셨습니다.
남편은 “요즘 맞벌이는 어느 집에서도 하고 있으니 당신도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일본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 일본 대사관에 서류를 제출하러 갔습니다. 대사관에서는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한치 앞을 모르는 일이다. 이혼이나 사별 후에 다시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싶어도 한번 포기하면 취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의 비상사태가 생겼을 때도 일본이 당신을 지켜줄 수가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집에 가서 이 일을 남편에게 말하자 조금 화난 어조로 “너의 일은 내가 지키고 한국이 지킨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작은 애가 첫 돌을 지났을 무렵부터 아이들을 시어머님께 맡기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용역회사를 통한 아르바이트 및 대기업 미화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때 국민연금에 가입했습니다. 당시(2001년) 월급 58만 원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이 빠지면 53만 원쯤 되었을까요? 그때는 연금이나 보험이 빠지는 것이 손해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싫었습니다
이듬해부터 국민연금가입내역 안내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1963년생인데, 만 63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는 것, 지금까지 제가 낸 전체 금액, 연금을 받게 되었을 때 지급될 예정 금액, 그 외에도 국민연금에 대한 정보가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처음 받은 안내서에는 연금 지급 예정 금액이 낮았기 때문에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안내서를 받을때마다 조금씩 예상 연금액이 올라가서 기쁨도 올라갔습니다. 안내서를 볼 때마다 “네가 고생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훌륭하다! 60세까지 금방이야. 힘내라”고 누군가 응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안내서를 가방에 넣어 부적처럼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략)

국민연금은 유가족이나 노후, 장애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됐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정말 믿음직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 11월 18일 남편은 천국으로 국적을 옮겼습니다. 장례식, 사망 신고 등 여러 일을 마치고 국민연금공단에서 남편의 유족연금 수령통지서가 우편으로 도착했습니다. 다음달 12월 25일에 처음으로 지급되었습니다. 3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이듬해부터는 30만 원 이상 받고 있습니다. 매년 조금씩이지만 금액이 올라가서 저에게 유족연금이 얼마나 힘이 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으로 바꿨을 때 “너의 일은 내가 지키고 한국이 지킨다”던 남편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매월 연금 지급일을 ‘아버지의 천국 월급날’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며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저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시던 시어머니께서도 남편이 하늘나라로 떠난 후 뒤를 쫓듯이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를 마음 속 깊이 사랑해준 두 사람을 잃고 정말 힘들었지만 국민연금이 경제적으로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나 부모님의 위로의 말보다 가족을 지키는 데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도 다문화 가정이 많아졌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남편이 고령이거나 수입이 적거나 혹은 수입이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여유가 없으면 일반 생명 보험은 금액 부담이 커서 어려운 실정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월급에서 바로 빠져서 마음의 부담이 적다고 느낍니다.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유가족이나 노후, 장애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됐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정말 믿음직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중소기업의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어 모녀 3명이 살기에 충분한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나라에서 학비, 급식비 지원은 없어졌지만 내 월급과 유족연금을 가지고 아이들을 양육한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240개월이 되는 날은 만 60살입니다. 지급은 63세부터지만 남편 유족연금 지급액보다 제 연금 지급액이 높아지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남편과 한국,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펜을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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