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Fusion)이란 ‘융합’ 혹은 ‘뒤섞음’이라는 뜻으로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합쳐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퓨전은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도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만나 새로운 가치가 창조될 수도 있고,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융합과 뒤섞음을 통한 재생산 활동을 해왔으며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창출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국가 간 인적, 물적 교류와 정보 습득이 활발해짐에 따라 과거 주체성 상실이라고 치부하던 것들이 이제 우리 생활 속에서 하나의 새로운 퓨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서양음식과 우리 음식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뒤집기 위해 햄버거와 피자에 불고기와, 김치를 넣어 사람들의 입맛을 바꾼 시도, 서양의 주거형태와 동양의 주거형태를 융합해 아파트에 온돌을 놓고 베란다를 아예 정원으로 시공한 예는 상상력과 도전이 만들어낸 퓨전의 산물이다.



위에서 퓨전이란 ‘뒤섞음’을 뜻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진정한 뒤섞음이란 무엇인가?
각각의 다른 것들이 각각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합쳐졌을 때 또 다른 무엇인가가 창조될 수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한때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음악을 접한 적이 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넘나드는 시도를 말하는데 혹자는 이러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다른 분야에까지 넓게 확대시켜 퓨전과 비슷한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퓨전과 크로스오버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퓨전이 서로 다른 것끼리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라면, 크로스오버는 ‘융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단순히 넘나들거나 중간을 통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넘나듦’이 아니라 양자를 합쳐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융합과 뒤섞음의 궁합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잘 어울릴 것 같은 것끼리만 합치고 뒤섞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반된 것끼리도 어울려 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퓨전의 본질적 활동이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시장을 주도해온 것은 일종의 하드코어 게임이었다. 한번 게임을 익힌 후에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약간 나이가 지긋하거나 키보드, 마우스 조작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지 않은 게임이다.
사람들은 온라인 하드코어 게임의 성공작품인 ‘리니지’에 열광했고, 앞으로의 모든 온라인 게임은 하드코어 게임과 같은 종류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이 단조롭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 연령층에 상관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등장했다. 고전적 형태의 게임을 온라인게임에 접목시킨 자동차 경주게임 ‘카트라이더’ 와 총 쏘기 게임의 일종인 ‘스페셜 포스’ 등이 개발되어 다양한 계층의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게임 개발자들이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잠재적 게임 수요층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복잡하고 화려한 쪽으로 쏠리던 온라인게임의 형태를 고전적 게임과 뒤섞음으로써 게임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은 것이다. 갤러그와 너구리를 즐기던 계층도 얼마든지 온라인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들을 참여시키겠다는 노력은 다양성과 상대를 존중할 수 있을 때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퓨전의 성공법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