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물을 보듬고 물은 산을 보듬고 그렇게 돌아나가는 지형을 두고 우리는 물돌이 마을이라고 한다. 이 땅에 물돌이 마을은 많다. 특히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 회룡포에서 알 수 있듯이 낙동강이 휘감아 도는 경북 내륙지방에는 유명한 물돌이 마을이 몰려있다. 요즘 체험 관광 명소로 뜨고 있는 경북 문경에도 물돌이 마을이 있으니 진남교반 일대가 바로 그 곳이다.
그렇지만 진남교반을 물돌이 마을이라고 부르는 이는 거의 없다. 영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하나 둘 놓이면서 원형을 알아볼 수 없게 된 데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그 보다도 오정산과 영강이 빚어 놓은 기암괴석과 시원한 물길이 연출해내는 절경으로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개발의 물꼬를 상징하는 다리가 하나 둘 놓이면서 자칫 흉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시멘트 덩어리마저 자연스럽게 포용하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었으니 ‘경북 제일경 진남교반’이란 명성은 괜한 게 아니리라. 고모산성에 오르면 진남교반의 절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1.6km에 달하는 고모산성은 그 역사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시대 초기에 축조된 산성은 이후 후삼국과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군사적 요충지로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다. 1896년의 의병전쟁과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에서도 중요한 몫을 했는데 최근 들어 대대적인 복원사업이 이루어져 지금은 삼국시대의 성벽과 조선시대의 성문 등이 제 모습을 갖추었다.
고모산성 트레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토끼벼루길’이다. 진남 휴게소 위 산자락에 숨어있는 이 길은 문경의 오래된 옛길 중 하나로 고려 왕건이 진군 중에 길을 잃었는데 토끼가 나와 길을 알려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벼루’는 벼랑을 뜻하는 사투리인데 이렇게 험하고 가파른 길에 천년이 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신기하게도 바위에 반들반들한 발자국까지 나 있을 정도이다.
역사적 현장인 이곳에 요즘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삼국시대와 조선시대의 역사적 발자취를 더듬기 위해 찾는 이들도 있지만 부담 없는 마음으로 진남교반의 여름을 즐기고자 하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더 많다.

진남휴게소 맞은편에 진남역이 있다. 문경은 한때 석탄으로 유명했던 탄광도시였었는데 당시 석탄을 실어 나르던 문경선의 작은 역이다. 석탄산업이 사양화 되면서 진남역도 문을 닫았는데 최근에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문경에서 잡초 무성해지는 철로를 밑천으로 철로자전거 체험 코스를 개발한 것이다. 철로 위를 네 발로 달리는 이색 자전거가 있다고 입소문 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족단위로 이용하기에 좋은데다가 영강을 가로지르는 상쾌함, 진남교반의 시원한 바람까지 흠뻑 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렇게 히트를 쳤고 정선이나 곡성 등 각 지자체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을 해 갔다.
인기가 많은 것이 오히려 문제이다. 한 두 시간씩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남교반으로의 여행은 철로자전거를 첫 일정으로 잡는 것이 좋다. 매표해 놓고 고모산성과 같은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면 시간 활용이 효율적이다.
약 40~50분 소요되는 철로 자전거를 타고 난 뒤에는 길 건너 진남 휴게소에서 출발하는 영강 래프팅도 권할 만하다. 고모산성 트레킹이나 철로 자전거가 땅 위에서, 철로 위에서 진남교반을 맛보는 것이라면 래프팅은 물 위에서 온 몸으로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강원도의 래프팅에 비해 영강 래프팅은 급류가 많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여 가족단위 래프팅에 더 적합하다. 영강은 수심이 그다지 깊지 않고 물이 맑고 시원해 평소에도 낚시나 탁족(濯足)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래프팅의 매력은 흔들흔들 거리며 일부러 보트를 뒤집어도 보고 물싸움도 즐기는 ‘물장난’에 있다. 오랜만에 엄마, 아빠 온 가족이 흠뻑 젖은 채로 물장난을 즐기니 연신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에 이 여름도 저만치 돌아가지 않을 수 없으리라.
이틀 이상의 일정이라면 석탄박물관과 문경온천, 옛 사람들의 과거길이라는 문경새재 등이 필수 코스이다. 특히, 문경새재에는 대규모 세트장이 들어서있을 뿐 아니라, 달빛 사랑 여행이라는 이벤트가 달이 둥글게 차는 보름마다 열려 가족끼리 연인끼리 함께 하기에 좋다. 래프팅이나 철로자전거의 번잡함이 싫고 시원한 계곡에서 2-3일 정도 푹 쉬고 싶다면 선유동 계곡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