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맹맹해졌다 싶으면 몸이 무겁고 피로감도 물밀 듯 밀려오죠. 조금 있으면 머리도 아프고 어지럼증도
몰려와요.그러다 보니 식욕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약해지고, 어깨 팔 다리 허리 할 것 없이 쑤시고
아파 밤엔 잠도 깊이 못 자죠.정말 삭신이 다 쑤시는 통에 여름이 올까 두려워요.”
에어컨을 켤 정도로 무더운 여름이 찾아올까 지레 겁부터 먹는다는 직장인 김은영(35) 씨. 그러나
이런 직장인은 비단 은영 씨뿐만이 아니다. 대형빌딩에 근무하는 직장인들 대부분이 여름철이면 이런
증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냉방증후군’으로도 불리는‘냉방병’은 이름 그대로 냉방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병. 그러나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패라 하지 않았던가. 냉방병도 이를 일으키는 주범을 찾아 제거하면 되므로
은영 씨처럼 너 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냉방병의 주범은 바로 실내외의 극심한 온도차. 실외와 실내의 온도차가 너무 많이 나다보니 우리 몸이
이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냉방병에 노출되고 마는 것.
두 번째는 위생이 불량한 빌딩의 냉방장치에 붙어살던 레지오넬라균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다.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있던 레지오네르 재향군인들 중 220명이 감염돼 34명이
사망하면서‘레지오넬라’라는 이름이 붙은 이 균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특히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10여 일 잠복기를 거쳐 고열, 기침,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 폐렴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급속히 악화될 경우에는 죽음을 부르기도
하고 의식장애나 심부전과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이 극심한 온도차로 인한 냉방병이든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냉방병이든 간에 냉방병에 노출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복통 식욕부진 소화불량 코 막힘 등 감기 혹은 폐렴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생리불순으로 고생할 수도 있고 지나친 찬바람과 습기 때문에 손발이
붓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도 건강한 사람 앞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추고 감기처럼 슬쩍 지나간다고
하니 평소 건강관리를 해나가면 좋을 듯.
그렇다면 건강관리 외에 냉방병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실내외 온도차를 5℃ 내외로 유지하도록
하자. 참고로 여름철 실내온도는 25~28℃가 적당하다고 하니 그 사이에 맞춰두는 게 좋겠다.
에어컨은, 1시간 정도 작동했다면 30분 정도는 꺼두는 게 좋고 또 한두 시간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
실내공기도 환기시켜 주어야 좋다. 그러나 은행이나 관공서 대형빌딩 등에서 근무할 경우에는 에어컨을
내 맘대로 껐다 켰다 할 수 없다. 이럴 때는 긴소매 옷을 준비해 으스스한‘추위’를 대비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과 맨손체조를 자주해도 훨씬 몸이 편안하다. 외근이나 외출 후에 회사나 집으로 돌아와서는
좀 덥더라도 에어컨 바로 앞에서 직접 바람을 쐬지 않는 것이 좋다.
위생관리도 철저히 해야 냉방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특히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번씩은 청소해야
안전하다. 에어컨에 공기청정 기능이 부착된 복합제품은 더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필터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한 후 적절히 조치하도록 한다.
에어컨뿐만 아니라 선풍기도 일명 선풍기병으로 불리는 냉방병을 불러올 수 있다. 아마도 오랫동안 선풍기
바람을 쐬어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앓아봤을 법하다. 재채기가 나고 콧물이 흐르고 피로감이 몰려오고
두통이 생기고 입맛이 없는 등 여러 증상들을.
그러므로 선풍기 바람을 쐬는데도 요령을 발휘하자.30분~1시간 정도 쐬고 회전속도도 적당히 조절한다.
선풍기 바람도 너무 가까이서 쐬지 말며 잠잘 때는 필히 선풍기를 꺼두되 만일 너무 덥다면 미풍과
회전, 시간타이머를 설정해 두도록 한다. 땀을 많이 흘리고 들어와 곧바로 강한 바람을 쐬어도 냉방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제 아무리 기고만장한 냉방병이라고 하더라도 건강한 사람을 어쩌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여름철에 원기를 북돋워주는 차를 음용하며 냉방병을 이겨나가는 지혜를 발휘해도 좋다.
또 따뜻한 차는 근무시간 중 냉방이 너무 잘돼 곤혹스러울 때 마셔도 큰 도움이 된다.
평소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생맥산을 차처럼 끓여 수시로 마시면 좋다.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각각 2:1:1로 섞어 끓이면 끝.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등 다섯 가지 맛을 낸다하여 오미자라 불리는 오미자차도
머리를 맑게 해주고 기침을 멎게 해줘 냉방병에 도움이 된다. 말린 오미자에 물을 적당히
붓고 은근한 불에 달여 홍적색을 띠면 찌꺼기를 체로 걸러내고 꿀이나 설탕을 타서 마시면
된다.
또 끓는 물에 오미자를 넣어 그 맛을 우려내도 되고 오미자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타 마셔도 그만이다. 두통과 소화불량을
없애주는 곽향차도 도움이 된다.
깨끗이 씻어 말린 곽향 잎을 끓는 물에 넣어 20여분 끓이거나 끓은 물을 찻잔에 부은 후에 곽향
잎을 넣고 우려 마셔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