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축구를 보고 있습니다. 준이와 엄마, 아빠 모두 붉은 티셔츠를 입고 응원을 합니다. 불현듯 준이는 아빠에게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합니다. 요즘 준이는 박지성 선수처럼, 안정환 선수처럼 푸른 잔디밭을 누비는 태극전사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런 준이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축구화와 축구공이었습니다. 그래서 준이는 아빠에게 말했지요.

“아빠, 난 이 다음에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기로 했어요.”
“오호, 그래? 우리 준이 꿈이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야?”
“네. 그런데 아빠 축구선수가 되려면 우선 번개처럼 잘 뛸 수 있는 축구화와 축구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하나 사주세요.”
“음……, 그렇다면 한번 네 힘으로 노력해보렴.”
“어떻게요?”
“이번 여름방학 때 용돈을 모아보렴. 아빠 구두를 닦든 엄마 설거지를 돕든, 네 힘으로 마련한다면 더 소중하지 않겠니?”
“…….”

준이는 순간 뾰로통해졌습니다.
‘아빠가 그냥 사주신다고 하면 좋을 텐데…….’
그깟 축구화, 축구공 하나쯤 사주시는 걸 아까워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이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준이는 멋있는 축구화를 신고 축구공을 차며 운동장을 누비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뽐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요.

준이는 어떻게 하면 축구화와 축구공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을 수 있을지 궁리했습니다. 우선 아빠의 구두를 닦고 엄마의 설거지를 돕기로 했습니다. 아빠는 하루에 한 번씩 구두를 닦을 때마다 오백원을 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하루에 두 번 설거지를 하면 천원을 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비싼 축구화와 축구공을 사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라는 돈이었습니다.

드디어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준이의 아르바이트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준이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받은 용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터덜터덜 힘없이 길을 걷고 있는 준이의 눈에 허름한 옷차림의 할아버지와 준이 또래의 아이가 헌 박스와 폐지들을 손수레에 싣고 있는 모습이 비쳤습니다. 준이는 얼른 달려가 할아버지께 여쭈었습니다.

“할아버지, 저도 이 일을 거들면 어떨까요? 제가 방학 때 꼭 돈을 모아야 하거든요.”
“그래? 무슨 일에 필요한 돈인지는 몰라도 이 일을 해서 네가 필요한 돈을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이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란다. 어찌됐든 네 생각이 훌륭해서 일한 시간 당 천원을 쳐주마.”
“그럼, 지금부터 해도 돼요?”
“그래, 그러려무나.”

그렇게 해서 준이는 방학 내내 하루도 아르바이트를 거르지 않았습니다. 아빠도 준이가 축구화와 축구공을 사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내심 대견해했습니다. 준이가 지금껏 무언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지요.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 준이는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돼지저금통을 열기로 했습니다. 엄마와 아빠도 준이의 돼지저금통 열기 행사에 함께 참여하셨습니다.

“자~ 우리 준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나 돼지 뱃속을 한번 열어볼까?”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준이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습니다. 준이와 아빠, 엄마는 동전과 천원짜리 지폐들을 종류대로 나누어 계산을 했습니다.
“자, 오백 원짜리가 모두 45개, 천 원짜리가 모두 75개네. 그럼 2만 2500원 더하기 7만 5000원은?”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준이는,
“음, 모두 9만 7500원이에요.”
“와, 우리 준이가 방학 동안 이렇게 많은 돈을 모으다니. 정말 대견하구나.”
엄마와 아빠는 칭찬을 하셨지만 준이는 시무룩했습니다.

“왜 그러니?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는데도 기쁘지 않니?”
준이는 실망으로 굳게 다문 입을 열었습니다.
“아니요. 기쁘긴 한데 이 돈으로 축구화와 축구공을 모두 사기에는 아직도 빠듯해요. 아빠 어쩌죠? 전 정말 방학 내내 열심히 일했거든요.”
아빠는 준이의 표정을 묵묵히 바라보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우리 준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아빠와 엄마는 준이가 참 자랑스럽단다. 준이가 한번 마음먹은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해내는 아이인 줄은 오늘에서야 알았단다. 그런데 준이야 아빠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렴. 준이가 그렇게 갖고 싶어 하는 축구공과 축구화를 누가 만드는지 한번 생각해본 적 있니?”

“아니요.”
“축구공과 축구화는 인도와 파키스탄에 사는 아이들이 만든단다. 그 아이들은 축구공을 직접 손으로 바느질해서 돈을 벌지. 좋은 축구공일수록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좋다고 해. 그런데 그 아이들이 하루에 받는 돈은 고작 15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다. 만약 그 아이들이 준이처럼 방학 동안 일해서 돈을 모았다면 7000원도 채 되지 않는 돈이겠구나.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니?”
“아빠, 전 축구공을 만드는 사람이 저랑 같은 또래의 아이들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적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것도요……. 아빠, 전 축구를 잘 하려면 좋은 축구공과 축구화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게 잘못인 것 같아요. 축구를 잘하는 것과 좋은 축구공과 축구화를 갖고 있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우리 준이가 이번 여름방학 때 무척 건강해진 것 같네?”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준이 축구공 사려고 열심히 일한 덕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집안일 돕고 낮에 열심히 일하느라 정말 건강해졌다. 저 까무잡잡해진 얼굴 좀 봐. 우리 준이 방학 동안 튼튼해져서 이제부턴 축구 정말 잘할 것 같은데?”
“아, 정말 엄마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축구를 잘하려면 좋은 축구공을 갖는 것보다는 튼튼한 체력이 먼저였어요. 이번 방학 때 전 축구공, 축구화보다 더 멋진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