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라서 할 수 있는 기부의 시작

처음 해피빈 재단의 시작은 네이버 사회공헌팀이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기존의 재단에 기부하거나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기금을 운영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다.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재단들을 만나면서 네이버가 하면 가장 좋을, 네이버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저희가 기부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단 관계자분들을 만났을 때, 재단을 알리고 기부자분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직접 기부하기 보다 인터넷 포털이라는 네이버의 특성을 살려 기부문화를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기부 플랫폼 ‘해피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해피빈이 탄생하면서 기부 가상화폐인 콩도 함께 만들어졌다. 네이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기부하게하는 것보다는 기부 가상화폐인 콩을 나눠주고, 기부하도록 하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됐다.
“저희가 직접 기부를 하는 대신 그 자본을 콩이라는 가상 화폐로 만들어 네이버 사용자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분들이 기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두 가지의 의미를 담았던 거죠.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콩을 드리고, 또 그 콩을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드렸던 것이죠. 다행인 것은 사용자분들이 콩을 드렸을 때 귀찮아하거나 싫어하지 않으셨다는 거예요. 해피빈 초기에 ‘네이버에서 글을 쓸 때마다 콩을 하나씩 받네’, ‘콩이 모이면 기부를 할 수 있네’ 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해피빈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초기 해피빈이 시작되었을 때, 사업을 알리기 위해서 TV 광고를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때 나왔던 의견이 ‘TV 광고를 할 돈으로 콩을 나누어줘서 사람들이 기부를 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기부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만큼 광고를 한다고 해서 해피빈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에 뜻이 모였다. 오히려 광고에 사용할 비용으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들에게 기부할 수 있는 콩을 더 많이 나눠주는 데 사용했다. 특별한 광고 없이도 해피빈은 성장했고, 기부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갔다.

더디지만 단단하게

최인혁 대표가 이야기하는 해피빈의 방침은 간결했다. ‘지금껏 해피빈이 해왔던 것을 잘 해낼 것, 기부가 어렵거나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꼭 물질적인 것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그저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천천히 정립해갔다.
“해피빈 초기에 해피에너지라는 것을 운영했어요.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그것이 곧 기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린거죠. 예를 들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을 통해 재능을 기부하고, 요리사의 경우 요리하는 재능을 기부하는 거죠. 요리강좌를 듣고 싶었던 사람들은 강의를 듣고, 그렇게 모인 강의료와 만든 음식들은 필요한 곳에 기부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재능기부의 방식이 해피빈 프로젝트 해피에너지를 통해 꾸준히 소개되면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 또 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재능기부는 기부의 또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올해 최인혁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기부문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 속으로 기부를 끌어들이는 일이다. 밥을 먹다가도, 커피를 마시다가도 만날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에 기부할 수 있는 QR코드를 설치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계산대에 모금함이 있어서 잔돈을 기부했잖아요. 그런데 요즘 누가 잔돈을 갖고 다니나요.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하죠. 그래서 매장 곳곳에 기부를 접할수 있는 QR코드를 노출해서 오프라인에서도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기부 QR코드를 통해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또 가끔은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부에 좀 더 가볍게 다가갈 수 있고,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QR코드를 통한 기부 방식이 한번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최인혁 대표. 처음 해피빈이 성공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듯, 이번 시도 역시 기부를 실생활에서 더욱 가까이 인식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천천히 꾸준히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기부에 있어서 한 방이라는 게 어디 있겠어요. 그저 꾸준히 묵묵하게 해나가면 서서히 늘어나고 조금씩 바꾸어나갈 수 있겠죠. 지금 해피빈이 인정받는 것 역시 15년이라는 시간을 더디더라도 묵묵히, 꾸준히 해오면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저희가 잘 하는 것 위에 또 하나, 그 위에 다시 하나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며 꾸준히 유지해가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기쁨

기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부정적 측면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의를 내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한국의 기부문화를 주도하고 또 고민해온 최인혁 대표가 생각하는 올바른 기부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며 공익과 영리를 구분하기보다는, 기부라는 행동 자체에 더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해도 때로는 그 활동을 통해 얻게 되는 기부효과가 비영리재단의 활동보다 더 큰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사회적 기여의 목적이 순수한 공익인지 아니면 영리를 계산한 행동인지 구분하기보다는 기부를 하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을 좋게 봐주셨으면 해요. 이미지 제고를 위한 기부라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 좋은 결과를 만들수 있고, 기업의 사회적 기여 활동이 늘어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훨씬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인혁 대표는 가장 좋은 기부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 기부를 받는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피빈의 펀딩과 공감가게는 소상공인과 젊은 창작자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최인혁 대표는 언젠가는 해피빈의 프로젝트를 통해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다시 해피빈의 프로젝트를 후원하며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앞으로 해피빈의 행보는 어떤 모습일까. 계획을 묻자 최인혁 대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며 웃는다.
“해피빈의 행보, 계획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업이면 성장하고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되겠죠. 또 재단이라면 순수 기부금액을 많이 늘릴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피빈이 추구해야할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기부문화에 대한 꾸준한 시도예요. 저희가 단독으로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재단, 또 사회가 원하고 반응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시도해야 합니다. 결국은 기술과 문화 발전의 다양한 툴을 최대한 적용하는 것이에요.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발전해나가고, 기술이 어떻게 진보해나갈지 알 수 없기에 저희 역시 계속 적응해나가는 중입니다.”
최인혁 대표는 해피빈 업무를 자원해서 맡았다. 그는 네이버 내에서 맡은 다른 업무들도 많아 버거울 때도 있지만, 해피빈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할 때면 마음이 힐링된다고 한다. 해피빈은 그의 에너지 충전소인 셈이다. 자신이 느끼는 이 기쁨을 더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 곧 실현되길, 그래서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워지길 함께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