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신예 축구스타 ‘박주영’이 누군지 모른다. 박주영이 축구선수라는
것조차 모른다. 그러나 박주영은 황우석을 잘 안다.
박주영은 줄기세포도 들어봤고 황우석을 ‘장애우의 희망’이라고도 했다. 황우석 교수는 대한민국의 스타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는‘온 인류의 스타’가 됐다.
황 교수는 이른바 청소년들의 역할모델이다. 한때 서태지가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듯 말이다. 요즘
학교에선 의대로 진학하라는 고교 담임의 강권을 뒤로하고 수의대로 진학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흔히 그러하듯 의대로 진학하지 않고 황 교수처럼 되고 싶다며 수의대로 진학하려고
해서 학부모들이 고민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산골마을에서 아들이 면서기가 되는 것이 어머니의 소원이었다는 황우석 교수. 차비가 없어 고향에
가지 못했던 학창시절 이야기, 전셋집을 팔아 실험농장을 마련한 의지, 남의 소를 키워내는 것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탓에 소와 더불어 지낸 어린 시절의 이야기, 그래서 소와 함께 하겠다고 선생님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수의학과에 지원했던 일,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480명중에 400등을 한 뒤 친구들과 ‘등
안대기 클럽’을 만들어 졸업할 때까지 거의 방바닥에 등을 안 대고 공부만 했던 이야기,난치병 환자
가족들의 고통을 가슴 깊이 담아낸 생명복제에 대한 신념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그는‘소’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다. 새끼를 많이 낳는 소, 튼튼하고 덩치 좋은 소를 연구해서 가족과
농촌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목표를 어릴 때부터 세웠다. 오직 소에 관해서는 세계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학문에 정진하던 황우석. 지금의 그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에게도 좌절의 시간은
분명 있었다.
81년 박사학위를 받으면 전임강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던 지도교수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 되고,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던 순수한 과학청년 황우석은 교수들 사이의 학맥에 따른 갈등관계에 휘둘려 실력도 논문실적도
변변치 않은 사람에게 교수선발의 기회를 빼앗긴다.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믿었던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시간강사로 전전하던 시절, 일본에 가서 연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선진기술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세계적인 과학자들 틈에서 그는 실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그러나 그곳에서‘복제동물 생산’연구에 새로운 눈을 뜬다. 교수임용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황우석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 이래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전 세계 연구자들이 벽에 부딪쳐 중도에 포기한 과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방법이 아니면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방법이 없다는 신념으로 도전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자. 하늘을 감동시키자” 그가 불안해하는 연구팀원들에게 한 말이다. 결국
하늘은 감동을 했다. 그의 연구팀은, 다른 건 몰라도 성실 하나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성실은
우리가 믿는 최고의 능력이며 가치다”소를 닮은 황 교수의 말이다.
“교수님, 그만 두겠습니다. 능력의 한계를 느낍니다.”학생이 이렇게 울면서 말을 하면, 알면서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사람아, 차라리 성실함에 한계가 있다고 말해! 그럼 내 받아들이지.”황
교수가 위기를 극복한 동력은 절망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과 끝간데 없는 성실성이었다.
실패하면 누군가 자신이 갔던 길을 지도 삼아 자신이 못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헛된 노력을 한다며 말렸지만 황 교수는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만족하리라 여겼다.
황우석 교수는 바쁜 가운데서도 주변사람의 애사에 자주 참석한다. 그는 실험에 쓰일 소나 돼지를 도축하는
사람들이 상을 당할 때도 꼭 문상을 가서 유족들을 위로한다. 황 교수가 주변 사람들의 상가에 직접
가서 상주를 위로하는 것은 그 또한 과학자이기 이전에 인간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늘 생각한다.
생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과학자는 생명을 위한 연구를 할 수 없다고. 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것도 고귀한 생명을 구하고 난치병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세계 각 국에서 황 교수를 초청했다.
대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비행기표를 끊어주겠다고 하는데, 황 교수는 굳이 일반석을 요구한다.
나머지 돈으로 연구원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기 위해서다. 비단 비행기 삯뿐만 아니라 다른 비용도
아껴서 연구원을 더 데려가 국제적 경험을 쌓도록 만든다. “바이오 코리아”를 위해서라고 한다. 이처럼
그의 업적 뒤에는‘인간 황우석’이 있었다.
생명연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치료용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라는 성과로
이어질 날도 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