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천의 얼굴로 민족을 먹여 살린
‘국민 간식 떡볶이’
‘국민 간식 떡볶이’
새하얀 가래떡에 빨간 고추장 양념을 듬뿍 묻혀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쫄깃한 떡볶이! 떡볶이는 한국인에게 밥과 김치 만큼이나 친근한 음식이다. 길거리에서도 먹고 분식집에서도 먹는다. 배가 고플 때는 한 끼 식사로 충분하고, 마음이 헛헛할 때는 수다 떨기에 딱 좋다. 학교 끝나고 출출할 때, 오다가다 심심할 때, 친구랑 친해지고 싶을 때, 사과할 일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혼자 또는 같이 떡볶이를 먹는다. 때로는 눈물 콧물 흘리면서, 때로는 하하하 웃으면서 먹다 보면 맛있고 즐겁다. 편안하고 행복하다. 그런데 이 떡볶이는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서 전 국민이 즐겨 먹는 ‘국민 간식’이 되었을까?
궁중 떡볶이의 간장 양념에는 먹는 사람의 몸을 보살피는 균형 잡힌 영양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다독이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던 것이다.
마음까지 다독이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던 것이다.
마음을 다독이는 배려의 궁중 떡볶이
떡볶이는 간을 내는데 간장을 쓰느냐 고추장을 쓰느냐에 따라 크게 궁중 떡볶이와 신당동 떡볶이로 나눌 수 있다. 궁중 떡볶이는 조선 왕실 요리로, 간장으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가래떡과 채소와 함께 쇠고기가 들어가며, 그 맛과 모양이 오늘날 쇠고기 불고기와 비슷하다. 떡볶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800년대 말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찾을 수 있다. 궁중에서 먹었다는 이 음식은 떡볶이라는 이름 대신 떡찜으로 불렸다.
“다른 찜과 같은 방법으로 하되, 잘된 흰떡을 탕무처럼 썰어 잠깐 볶아 쓴다. 찜 재료를 다 넣되 가루즙은 넣지아니한다.”
여기서 가루즙은 밀가루즙을 말한다. 찜 재료는 표고, 석이와 같은 버섯은 물론이고, 간장을 비롯해 각종 양념이 들어간다.
이후 떡볶이라는 이름은 1942년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서 처음 등장한다.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고기를 얇게 골패짝 만큼씩 썰고, 파는 한 치 길이로 잘라서 대강 채치고, 표고버섯, 석이를 골패짝 만큼씩 썰고, 계란은 그릇에 잘 풀어서 반은 얇게 부쳐서 서푼 넓이 닷분 길이로 썰고, 남은 반은 고기 볶는 대로 섞고, 미나리는 정하게 다듬어 한 치 길이로 잘라 소금에 잠깐 절여 꼭 짜서 번철에 기름을 바르고 잠깐만 볶아놓고(파란빛 있을 때 즉시 꺼내 식힐 것), 흰떡은 칠푼 길이로 잘라서 둘에 쪼개놓고(서로 붙지 않도록 참기름을 발라 놓을 것), 미나리와 떡만 남겨놓고 전부 함께 넣고 볶아서 고기가 익은 후에 흰떡과 기름과 미나리를 넣고, 오 분쯤 더 끓여 함께 넣고, 맨 위에 계란 양념을 색스럽게 얹고 실백을 뿌려서 상에 놓느니라.”
“다른 찜과 같은 방법으로 하되, 잘된 흰떡을 탕무처럼 썰어 잠깐 볶아 쓴다. 찜 재료를 다 넣되 가루즙은 넣지아니한다.”
여기서 가루즙은 밀가루즙을 말한다. 찜 재료는 표고, 석이와 같은 버섯은 물론이고, 간장을 비롯해 각종 양념이 들어간다.
이후 떡볶이라는 이름은 1942년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서 처음 등장한다.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고기를 얇게 골패짝 만큼씩 썰고, 파는 한 치 길이로 잘라서 대강 채치고, 표고버섯, 석이를 골패짝 만큼씩 썰고, 계란은 그릇에 잘 풀어서 반은 얇게 부쳐서 서푼 넓이 닷분 길이로 썰고, 남은 반은 고기 볶는 대로 섞고, 미나리는 정하게 다듬어 한 치 길이로 잘라 소금에 잠깐 절여 꼭 짜서 번철에 기름을 바르고 잠깐만 볶아놓고(파란빛 있을 때 즉시 꺼내 식힐 것), 흰떡은 칠푼 길이로 잘라서 둘에 쪼개놓고(서로 붙지 않도록 참기름을 발라 놓을 것), 미나리와 떡만 남겨놓고 전부 함께 넣고 볶아서 고기가 익은 후에 흰떡과 기름과 미나리를 넣고, 오 분쯤 더 끓여 함께 넣고, 맨 위에 계란 양념을 색스럽게 얹고 실백을 뿌려서 상에 놓느니라.”
이렇게 간장으로 양념한 궁중 떡볶이는 요즘 많이 먹는 고추장 떡볶이와는 조리법이 다르다. 떡볶이를 즐기는 사람들 또한 가래떡을 만들어 먹기 힘든 가난한 백성이 아니라, 설에 떡국을 끓여 먹고 떡이 남을 정도의 재산을 가진 상류층과 궁중이었다. 그렇다면 왜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간을 했을까? 이에 대해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매운맛은 사람을 쉽게 흥분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 국가의 정사를 돌보는 임금의 감정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수라상에선 가급적 매운맛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궁중 떡볶이의 간장 양념에는 먹는 사람의 몸을 보살피는 균형 잡힌 영양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다독이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던 것이다.
“매운맛은 사람을 쉽게 흥분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 국가의 정사를 돌보는 임금의 감정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수라상에선 가급적 매운맛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궁중 떡볶이의 간장 양념에는 먹는 사람의 몸을 보살피는 균형 잡힌 영양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다독이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던 것이다.
우정과 낭만의 고추장 떡볶이
그럼 언제부터 떡볶이에 고추장이 들어가기 시작했을까? 고추장 떡볶이의 시작은 신당동 떡볶이의 마복림 할머니라고 전해진다. 1953년, 전쟁은 끝났지만 먹고 살 길이 막연하던 때였다.
마복림 할머니는 어느 날 중국집에 갔다가 서비스로 나온 가래떡을 자장면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는데, 자장 소스가 묻은 떡을 먹어보니 의외로 맛있었다. 할머니는 이 경험을 살려 춘장에 고추장을 섞어 할머니만의 특별한 고추장소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신당동 공터에서 가래떡에 이 소스를 묻혀 떡볶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할머니의 떡볶이를 사먹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배고픈 사람들이었다. 할머니는 이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어 궁중 떡볶이에 들어가는 쇠고기 대신 값이 싼 어묵을 넣고, 온갖 채소들과 양배추를 넉넉하게 넣어 떡볶이만으로도 배부를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신당동에 떡볶이 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시나브로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1970년대에는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들어섰다. 당시 인기가 높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임국희의 여성살롱>에서 신당동 떡볶이 골목을 소개했고, 그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1970년대 중반에는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 변화가 생겼다. ‘바보들’이라는 떡볶이 집에서 뮤직박스를 설치하고, 디제이가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준 것이다. 이것은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주변의 떡볶이 집에서도 따라 했다. 젊은이들은 떡볶이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우정을 쌓고 낭만을 즐겼다. 떡볶이가 배고픈 시대의 먹을거리라는 이미지를 벗고,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친구가 된 것이다. 하지만 디제이는 떡볶이 가격이 저렴한 탓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점차 사라지고 말았다.
1980년대는 정치?경제?사회?문화가 급변하던 시기였다. 변화의 바람은 떡볶이에도 불어 닥쳤다. 1960~1970년대에 정부에서는 부족한 쌀에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혼분식 장려 운동을 펼쳤다. 밥을 지을 때 잡곡을 섞고, 밥보다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라고 권장한 것이다. 이 여파로 쌀로 만든 떡보다는 밀가루로 만든 빵을, 식혜보다는 우유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열렬히 받아들인 엄마들은 아이들의 간식 품목에서 떡볶이를 제외했다.
1990년대는 떡볶이 침체기였다. 아이들은 햄버거와 피자에 마음을 빼앗겼다. 떡볶이는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섰다. ‘더 맵게, 더 빨갛게, 더 빠르게, 더 싸게’ 시간이 없는 사람들, 돈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길거리 철판 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사람들은 빨갛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볶이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떡볶이의 매력은 길거리에서 더욱 빛이 나기 시작했고, 길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마복림 할머니는 어느 날 중국집에 갔다가 서비스로 나온 가래떡을 자장면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는데, 자장 소스가 묻은 떡을 먹어보니 의외로 맛있었다. 할머니는 이 경험을 살려 춘장에 고추장을 섞어 할머니만의 특별한 고추장소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신당동 공터에서 가래떡에 이 소스를 묻혀 떡볶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할머니의 떡볶이를 사먹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배고픈 사람들이었다. 할머니는 이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어 궁중 떡볶이에 들어가는 쇠고기 대신 값이 싼 어묵을 넣고, 온갖 채소들과 양배추를 넉넉하게 넣어 떡볶이만으로도 배부를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신당동에 떡볶이 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시나브로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1970년대에는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들어섰다. 당시 인기가 높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임국희의 여성살롱>에서 신당동 떡볶이 골목을 소개했고, 그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1970년대 중반에는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 변화가 생겼다. ‘바보들’이라는 떡볶이 집에서 뮤직박스를 설치하고, 디제이가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준 것이다. 이것은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주변의 떡볶이 집에서도 따라 했다. 젊은이들은 떡볶이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우정을 쌓고 낭만을 즐겼다. 떡볶이가 배고픈 시대의 먹을거리라는 이미지를 벗고,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친구가 된 것이다. 하지만 디제이는 떡볶이 가격이 저렴한 탓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점차 사라지고 말았다.
1980년대는 정치?경제?사회?문화가 급변하던 시기였다. 변화의 바람은 떡볶이에도 불어 닥쳤다. 1960~1970년대에 정부에서는 부족한 쌀에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혼분식 장려 운동을 펼쳤다. 밥을 지을 때 잡곡을 섞고, 밥보다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라고 권장한 것이다. 이 여파로 쌀로 만든 떡보다는 밀가루로 만든 빵을, 식혜보다는 우유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열렬히 받아들인 엄마들은 아이들의 간식 품목에서 떡볶이를 제외했다.
1990년대는 떡볶이 침체기였다. 아이들은 햄버거와 피자에 마음을 빼앗겼다. 떡볶이는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섰다. ‘더 맵게, 더 빨갛게, 더 빠르게, 더 싸게’ 시간이 없는 사람들, 돈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길거리 철판 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사람들은 빨갛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볶이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떡볶이의 매력은 길거리에서 더욱 빛이 나기 시작했고, 길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오랜 친구
요즘은 다양한 떡볶이 브랜드가 난무하고 있다. 서양식 조리법에 따른 퓨전 스타일의 떡볶이도 있고, 떡볶이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특색 있는 떡볶이들도 있다. 양념 또한 간장과 고추장에 국한되지 않고, 카레, 짜장, 크림소스 등으로 다양해졌다. 조리 방법과 재료에 따라 국물과 함께 먹는 국물떡볶이, 기름에 튀기다시피한 기름떡볶이,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먹으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마약 떡볶이, 라면이 들어있는 라볶이, 눈물 나게 매운 엽기떡볶이,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즉석떡볶이, 간장으로 조려 감칠맛을 내는 검정떡볶이, 떡볶이 뷔페 등 그 종류와 이름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이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떡볶이를 골라 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길고 하얀 가래떡에 갖가지 재료와 양념을 넣어 만드는 떡볶이. 떡볶이는 의외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다. 천의 얼굴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우리 곁을 지켰다. 오랜 친구 같은 떡볶이, 앞으로도 그 우정은 계속 될 것이다.
길고 하얀 가래떡에 갖가지 재료와 양념을 넣어 만드는 떡볶이. 떡볶이는 의외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다. 천의 얼굴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우리 곁을 지켰다. 오랜 친구 같은 떡볶이, 앞으로도 그 우정은 계속 될 것이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 돈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길거리 철판 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떡볶이의 매력은 길거리에서 더욱 빛이 나기 시작 했고,
길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떡볶이의 매력은 길거리에서 더욱 빛이 나기 시작 했고,
길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글_ 김은의(『떡볶이 주세요』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