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의 행복

글 김혜성

30년 전 어머니가 53세이실 때, 자식 다섯을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키는 그런 삶에서 어머니의 형편은 넉넉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몇천 원 쓰는 것도 가슴이 콩닥콩닥해서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는 “국민연금”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시기였다. 어느 날 어머니가 사시던 동네에 국민연금 직원이 주민들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서 국민연금에 대해 상세히 안내를 해줬던 적이 있었다. “지금 돈을 내시고 나중에 만 60세가 되시면 매월 통장으로 연금을 넣어드려요. 노후에 보탬이 될겁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내가 지금 돈이 어디 있어?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데.. 그리고 지금 돈을 내면 나중에 나라에서 돈을 준다는 걸 믿으라고?”라며 처음에는 의심을 하셨다. 그 분은 다시 어머니를 설득하시면서 “정말이에요. 평생 나라에서 매월 돈을 준다니까요. 한 번 믿어보세요.” 라고 했다. 어머니는 직원의 말이 거짓말 같지 않았고, 동네 주민 분들도 많이 가입했다는 얘기를 옆에서 이미 들은 터라 솔깃하셨지만 당장 돈 들어갈 일이 또 생긴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셨다. “나는 형편이 어려워서 많이는 못내.” 라고 하자 직원이 “형편대로 내시면 돼요. 만 원 정도는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당시 어머니에게 “만 원 정도”는 주변 사람들이 많이들 가입한터라 그나마 안심하고 낼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었다. 물론 더 많이 내고 싶어도 자식들 키우느라 당신 앞가림하기도 버거운 현실에 더 낼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 날 이후로 어머니는 직원의 권유에 따라 매월 만 원씩 국민연금을 내셨다. 그래서 지금은 매월 25일에 꼬박꼬박 10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으신다.

국민연금 얘기만 나오면 어머니께서는 늘 흥분하시면서 그 옛날 이야기를 어제처럼 이야기하신다.
“내가 형편만 좀 더 괜찮았어도 만 원보다 더 냈을 건데.. 더 냈으면 지금 받는 10만 원보다 더 받았을 텐데 말이지.. 어려웠던 형편을 탓할 수밖에 없지.. 그래도 그 때 그 직원 분에게는 늘 감사하다.. 내가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있어서 국민연금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그렇게 설득해줘서 국민연금을 들게 했으니 말이다. 만 원 내고는 매년 올라서 지금은 10만 원 받으니 얼마나 좋아. 약값도 하고.” 라고 하신다.

기초연금까지 합치면 매월 30만 원이 어머니의 통장으로 들어온다. 어머니께서는 이 돈으로 경조사비도 내시고, 약값과 병원비를 다 감당하신다. 만 원만 냈던 것에 대해 많이 후회하시면서도, 팍팍한 삶에서 만 원이라도 낸 것에 감사하시며 우리 부부에게 늘 이런 말씀을 하신다. “너희도 국민연금 꼭 내라. 지금 내서 언제 받을까 하겠지만 금방 65세 되더라.” 라며 국민연금을 홍보하신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둔 후 나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형편상 국민연금은 둘 다 못 내고 있던 중 국민연금공단에서 우편물이 왔다. “농어업인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에서 50% 지원, 본인 50% 부담” 이라는 내용의 안내문이었다. 나는 바로 국민연금에 전화를 걸어서 “농업인인데 정말 50%를 지원 받아서 50%만 내면 되는 건가요?”라고 물어보았다. 직원은 “네, 맞습니다. 이번 기회에 두 분 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셔서 노후준비하시는 게 어떨까요?”라며 가입을 권유하였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국민연금에 가입하였다. 어머니에게 이 얘기를 해드리니 “정말 세상 좋아졌다. 나라에서 반을 내주니 얼마나 좋으냐. 넉넉하면 최대한 많이 내라. 65세 금방 온다.” 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지면 연금보험료를 좀 더 높여 내려고 한다. 노후의 든든한 삶을 국민연금에 맡기려는 생각이다. 연금을 받으려면 아직 20년은 남았지만, 젊었을 적의 만 원이 나이가 들어서는 큰 힘이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 수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