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할머니들의
유쾌한 반란
유쾌한 반란
김금순 대표(백석올미영농조합)
당진에 있는 백석올미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논과 논 사이, 또 매실나무 사이를 거슬러 가는 시골길로 이어져 있다. 막 추수를 마친듯한 초겨울의 들판과 마지막 잎사귀까지 떨군 매실나무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아마 봄과 여름, 가을까지 분주한 시간을 보낸 뒤 맞는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은퇴하고 한적한 이 시골 마을에 터를 잡을 때만 해도 김금순 대표는 겨울의 들판처럼 한가한 일상이 반복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젊은 날 못지않게 바쁜 일과를 소화해내고 있다. 휴식 대신 다시 일터로 뛰어든 김 대표와 백석올미마을(상호명 : 백석올미영농조합) 할머니들. 인생 3모작을 위한 그들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됐다.
모두가 함께 일군 결실
남편의 퇴직과 함께 귀농을 선택한 김금순 대표. 남편의 고향인 당진으로 내려오면서 이곳 백석리를 선택한 이유는 촌(村)스러워서였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오면서 당진 시내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시내는 너무 복잡하니까. 그래서 가장 촌스러운 동네, 아직 따뜻한 시골 감성이 살아있는 곳으로 내려가자고 해서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김 대표가 새롭게 터전으로 삼은 백석리 마을은 10여만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어 봄이면 온 마을에 매화 향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려던 그녀는, 70세, 80세가 다 된 마을 어르신들이 새벽 일찍부터 밭에 나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더 젊은 나이에 일을 놓으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막상 마을에 내려와서 보니까, 마을 어르신들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지런히 일하시는 거예요. 노는 게 민망할 정도였는데, 마침 그때 부녀회 일을 맡게 되었어요.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왕매실나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부녀회원들과 함께 이 지역의 특산품인 쌀과 매실로 매실한과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죠.”
부녀회 살림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 주변의 권유로 마을사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부녀회원 33명이 모여 각각 200만 원씩을 출자해 백석올미영농조합을 설립했다. 김금순 대표는 비록 자신이 대표라는 직함을 맡고 있지만, 하는 일과 역할이 대표일뿐이지 이곳 백석올미영농조합은 조합원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저도 모두 똑같이 출자해서 참여했고, 운영도 함께 합니다. 각기 맡은 분야가 다를 뿐이에요. 급여도 같은 기준이고요. 이곳에서 사용하는 재료도 마을에서 판매하는 것을 소매가격에 구매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곳 조합원 모두가 동일한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엄연히 따지면 협동조합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백석올미마을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들도 모두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된 직판장을 비롯해 체험장과 작업장 등 건물을 비롯한 대지 역시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공유재산으로, 대대로 물려줄 계획이다.
처음 시작할 때 33명이었던 조합원은 어느새 83명까지 늘어났다. 처음 조합원으로 가입했던 회원들의 자녀들이 이곳 백석리에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회원이 늘어나게 되었다. ‘백석리 부녀회에 한한다’는 조항도 ‘백석리 거주자, 그 가족에 한한다’로 변경하였다.
김 대표가 새롭게 터전으로 삼은 백석리 마을은 10여만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어 봄이면 온 마을에 매화 향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려던 그녀는, 70세, 80세가 다 된 마을 어르신들이 새벽 일찍부터 밭에 나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더 젊은 나이에 일을 놓으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막상 마을에 내려와서 보니까, 마을 어르신들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지런히 일하시는 거예요. 노는 게 민망할 정도였는데, 마침 그때 부녀회 일을 맡게 되었어요.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왕매실나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부녀회원들과 함께 이 지역의 특산품인 쌀과 매실로 매실한과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죠.”
부녀회 살림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 주변의 권유로 마을사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부녀회원 33명이 모여 각각 200만 원씩을 출자해 백석올미영농조합을 설립했다. 김금순 대표는 비록 자신이 대표라는 직함을 맡고 있지만, 하는 일과 역할이 대표일뿐이지 이곳 백석올미영농조합은 조합원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저도 모두 똑같이 출자해서 참여했고, 운영도 함께 합니다. 각기 맡은 분야가 다를 뿐이에요. 급여도 같은 기준이고요. 이곳에서 사용하는 재료도 마을에서 판매하는 것을 소매가격에 구매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곳 조합원 모두가 동일한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엄연히 따지면 협동조합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백석올미마을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들도 모두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된 직판장을 비롯해 체험장과 작업장 등 건물을 비롯한 대지 역시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공유재산으로, 대대로 물려줄 계획이다.
처음 시작할 때 33명이었던 조합원은 어느새 83명까지 늘어났다. 처음 조합원으로 가입했던 회원들의 자녀들이 이곳 백석리에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회원이 늘어나게 되었다. ‘백석리 부녀회에 한한다’는 조항도 ‘백석리 거주자, 그 가족에 한한다’로 변경하였다.
시골 마을에서 인기 마을로
백석올미마을의 주력상품은 역시 ‘매실한과’다. 지역의 특산품인 매실과 쌀을 이용해 만든 한과는 지금의 백석올미마을을 있게 한 효자상품이다. 한과뿐만 아니라 고추장, 매실 진액, 장아찌 등 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하면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한과를 만들어서 판매하다 보니까 한과가 계절상품이 더라고요. 명절에 치중해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평상시에는 판매가 잘 안 됐어요. 그래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매실을 이용한 장아찌도 담고, 매실 진액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장아찌나 매실 진액은 숙성기간이 필요해서 바로 판매가 어려운 상품이더라고요. 그래서 또 고추장도 만들면서 상품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마을기업으로 시작한 백석올미마을은 2014년 농촌체험휴양마을과 체험학습장으로 변신을 꾀했다.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한 것이다. 견학을 위해 또 백석올미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는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연간 방문객 만 명이 넘는 인기 마을이 된 것이다.
“한과를 만들어서 판매하다 보니까 한과가 계절상품이 더라고요. 명절에 치중해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평상시에는 판매가 잘 안 됐어요. 그래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매실을 이용한 장아찌도 담고, 매실 진액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장아찌나 매실 진액은 숙성기간이 필요해서 바로 판매가 어려운 상품이더라고요. 그래서 또 고추장도 만들면서 상품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마을기업으로 시작한 백석올미마을은 2014년 농촌체험휴양마을과 체험학습장으로 변신을 꾀했다.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한 것이다. 견학을 위해 또 백석올미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는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연간 방문객 만 명이 넘는 인기 마을이 된 것이다.
한 곳을 향해 나아가다
백석올미마을이 성장하기까지 많은 고비가 있었다. 마음을 모아 시작한 일이지만 사람이 모여 하는 일이다 보니 때로는 의견이 맞지 않아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했고, 어느 날은 월급을 제때 못 챙겨줘 가슴 앓이를 하기도 했다. 돈이 목적이 아닌 마을 공동체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업인 만큼 운영을 하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냉정해져야 하는 때도 있었다. 어느덧 흘러버린 10년이라는 시간만큼 이들은 더욱 더 단단해졌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지금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근무하는 할머니들이 서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모두 마음을 하나로 합쳤던 것이 저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이 있어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 할머니들은 출근길에 가지를 따오고, 호박도 따온다. 각자 자신의 집에서 여유가 있는 작물들을 가지고 와 함께 요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료비도 아낄 수 있고 또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재료로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김금순 대표는 마을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된 정부의 공모사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백석올미마을을 성장시켰다.
“처음부터 큰 계획을 갖고 시작하기보다는 조그맣게 시작해서 한 곳을 바라보고 꾸준히 달려왔습니다. 시니어들로만 구성된 저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꾸준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한 곳만 바라보며 달리면 결국 길이 열립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키워 나가야지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생각하면 어려운 것 같아요. 작게 시작해서 그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한다면 저희와 같은 시니어들의 창업이나 취업이 좀 더 성공적이지 않을까요?”
“지금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근무하는 할머니들이 서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모두 마음을 하나로 합쳤던 것이 저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이 있어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 할머니들은 출근길에 가지를 따오고, 호박도 따온다. 각자 자신의 집에서 여유가 있는 작물들을 가지고 와 함께 요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료비도 아낄 수 있고 또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재료로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김금순 대표는 마을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된 정부의 공모사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백석올미마을을 성장시켰다.
“처음부터 큰 계획을 갖고 시작하기보다는 조그맣게 시작해서 한 곳을 바라보고 꾸준히 달려왔습니다. 시니어들로만 구성된 저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꾸준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한 곳만 바라보며 달리면 결국 길이 열립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키워 나가야지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생각하면 어려운 것 같아요. 작게 시작해서 그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한다면 저희와 같은 시니어들의 창업이나 취업이 좀 더 성공적이지 않을까요?”
다시, 시작을 꿈꾸다
백석올미마을의 정년퇴직 나이는 80세이다. 앞으로 5년 또는 10년 후에는 지금 이곳에서 일하는 할머니들 모두 퇴직을 할 나이가 된다. 혹시 정년을 늘릴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식품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해야 할 수 있는 일이고, 거기에 맞춰 80세라는 기준을 세웠다’는 대답을 들려준다. “저희가 함께 80세 정년퇴직이라는 기준을 세웠어요. 그 후에는 저희도 우리의 삶, 우리의 노후를 즐겨야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공동 주거예요. 원룸 형식의 시설을 만들어서 같이 살면서 함께 밥도 먹고,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마을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김금순 대표의 마음이 이곳 백석리에 도전의 열매를 심었고, 함께 뜻을 모으고 마음을 합친 마을 주민들이 모여져 성공이라는 꽃으로 피어났다. 백석올미마을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남을 위하는 마음,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봄이 오면 마을 가득 피어날 매화처럼 사진 촬영을 위해 나와준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 있다.
마을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김금순 대표의 마음이 이곳 백석리에 도전의 열매를 심었고, 함께 뜻을 모으고 마음을 합친 마을 주민들이 모여져 성공이라는 꽃으로 피어났다. 백석올미마을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남을 위하는 마음,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봄이 오면 마을 가득 피어날 매화처럼 사진 촬영을 위해 나와준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