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현대미술로 나를 만나자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감상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현대미술을 비평하기는 쉽지 않지만 감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비평과 감상의 차이를 먼저 설명해 보면, 비평이란 그림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타인이 공감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이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과 함께 그것을 뒷받침해줄 만한 설득력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감상은 이와는 다르다. 감상은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또는 감각을 통해 작품과 공감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즉 무언가를 알고 설명하지 못해도 그냥 보고 느낄 수 있으면 감상은 충분하다. 보통 감상이 먼저 일어나고 비평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내가 굳이 타인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받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면 그저 보이는 대로 보고, 그저 느껴지는 대로 느끼면 된다. 하지만 현대미술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껴야 할지 몰라 그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나마, 색이나 형태가 아름답다면 다행이다. 때로 아름답지도 않고 심지어 불편하기까지 한 작품은 어찌해야 하는가? 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 희망을 담은 현대미술
현대미술은 주로 19세기 말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생해서 현재에 이르는 낯선 시각적 표현 방식이다. 낯선 시각적 표현 방식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는, 인류의 문명 발생 이후 현대미술과 같은 방식의 시각문화를 즐겼던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류는 계속해서 시각문화를 발전시켜 왔지만 현대미술은 그러한 자연 발생적인 시각문화와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 현대미술은 우리와 같은 동양 문화권의 사람들뿐 아니라 서구인들에게도 매우 낯선 시각 문화이다.
전통미술은 그 시대마다 주류 문화가 선택한 미적 형식을 공유한다. 그래서 고미술사가들은 주로 옛 그림의 형식적 특징을 보고, 그 그림이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작품인지 추정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것은 회화, 조각, 도자기 등 어떤 장르라도 마찬가지이다. 전통미술품은 그 시대의 가장 일반적인 형식미를 함께 공유하고, 그 형식미는 그 시대의 주류 집단의 취향을 반영한다. 그래서 미술품들의 변천을 살펴보면 시대 주류문화의 변천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미술은 이 점에서 이단아 적이다. 현대미술가들은 주류의 취향을 반영하고 싶어하기보다, 자신만의 형식미를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마다 다른 미적 형식을 갖고 있으며, 이 개별적인 미적 형식은 당연히 누구에게도 낯선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현대미술가들의 예술작품이 갖는 형식적 특성은 그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이슈가 개별적이지만 여전히 담겨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현대미술가들인 피카소, 마티스, 달리,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백남준까지 모든 뛰어난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 희망이 담겨져 있다. 현대미술이 다양하다는 것은 현대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더 근본적으로 전통미술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전통미술은 그 시대마다 주류 문화가 선택한 미적 형식을 공유한다. 그래서 고미술사가들은 주로 옛 그림의 형식적 특징을 보고, 그 그림이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작품인지 추정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것은 회화, 조각, 도자기 등 어떤 장르라도 마찬가지이다. 전통미술품은 그 시대의 가장 일반적인 형식미를 함께 공유하고, 그 형식미는 그 시대의 주류 집단의 취향을 반영한다. 그래서 미술품들의 변천을 살펴보면 시대 주류문화의 변천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미술은 이 점에서 이단아 적이다. 현대미술가들은 주류의 취향을 반영하고 싶어하기보다, 자신만의 형식미를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마다 다른 미적 형식을 갖고 있으며, 이 개별적인 미적 형식은 당연히 누구에게도 낯선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현대미술가들의 예술작품이 갖는 형식적 특성은 그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이슈가 개별적이지만 여전히 담겨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현대미술가들인 피카소, 마티스, 달리,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백남준까지 모든 뛰어난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 희망이 담겨져 있다. 현대미술이 다양하다는 것은 현대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더 근본적으로 전통미술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영토를 탐색하라
현대미술은 너무도 다양해서 무엇으로도 공통점을 묶기 어렵다. 그러나 애초 현대미술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 하나의 강령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초 예술혁명 선두에서 가장 저돌적으로 새로운 미술을 추구했던 미래파의 강령 중 하나는 ‘전통과의 단절’이었다. 서구사회는 과학의 발전과 제3세계의 식민지화로 이전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물질적 풍요로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풍요로움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존을 넘어선 사회 구조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함께 주었으며, 귀족이 아닌 신흥 세력인 ‘시민’들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사건을 통해 지금까지 개인을 억압하던 보이지 않는 틀, 사회적 구조에 도전했다. ‘프랑스 혁명’의 성공은 서구인들이 이제까지 믿고 있던 왕 중심의 세계관이 개인을 억압하는 장치였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입증해낸 사건이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더 큰 충격은 1, 2차 세계대전이다. 서구인들에게 자유와 풍요로움을 준 과학 문명이 대량살상 무기를 만들어 인류를 무차별하게 희생시켰다는 경험은 다시금 이전까지 믿고 있던 가치로운 신념, 사회 이데올로기뿐 아니라 과학, 이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대의 젊은 예술가들은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과거로부터의 믿음과 습관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만이 추구할 만한 가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기 현대미술가들은 혁명가들과 함께 이전의 전통적인 사회와 미적 형식을 거부해 나갔으며, 한편 새로운 미적 형식의 탐구를 예술가들의 가장 큰 본분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초기 현대미술가들의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가 ‘아방가르드’이다.
‘아방가르드’는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영토를 탐색하라”라는 강령으로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사용된다. ‘아방가르드’는 군대 용어로 ‘첨병’을 의미하며 적군의 기지를 염탐할 목적으로 보내는 군인을 뜻하기도 한다. 현대미술가들은 ‘아방가르드’라는 단어처럼 사명감에 불타는 군인과 같은 ‘새로운 탐험’에 비장한 태도를 갖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아직 사람들이 경험하지 않은 낯선 방법으로 이제까지 다루어진 적이 없는 낯선 경험을 탐색해야 하며,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일수록 사람들은 더 혹독하게 비난하고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는 것 같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위대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은 처음에는 조롱거리가 되었고, 일반인들을 화나게 하였다는 점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더 큰 충격은 1, 2차 세계대전이다. 서구인들에게 자유와 풍요로움을 준 과학 문명이 대량살상 무기를 만들어 인류를 무차별하게 희생시켰다는 경험은 다시금 이전까지 믿고 있던 가치로운 신념, 사회 이데올로기뿐 아니라 과학, 이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대의 젊은 예술가들은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과거로부터의 믿음과 습관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만이 추구할 만한 가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기 현대미술가들은 혁명가들과 함께 이전의 전통적인 사회와 미적 형식을 거부해 나갔으며, 한편 새로운 미적 형식의 탐구를 예술가들의 가장 큰 본분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초기 현대미술가들의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가 ‘아방가르드’이다.
‘아방가르드’는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영토를 탐색하라”라는 강령으로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사용된다. ‘아방가르드’는 군대 용어로 ‘첨병’을 의미하며 적군의 기지를 염탐할 목적으로 보내는 군인을 뜻하기도 한다. 현대미술가들은 ‘아방가르드’라는 단어처럼 사명감에 불타는 군인과 같은 ‘새로운 탐험’에 비장한 태도를 갖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아직 사람들이 경험하지 않은 낯선 방법으로 이제까지 다루어진 적이 없는 낯선 경험을 탐색해야 하며,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일수록 사람들은 더 혹독하게 비난하고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는 것 같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위대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은 처음에는 조롱거리가 되었고, 일반인들을 화나게 하였다는 점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는 단 한 점의 작품을 만나자
여러분은 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감동적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뭔지 모르겠고, 낯설며, 때로는 혐오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그런 불편한 감정이 든다면 그 작품은 아주 형편없는 것이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가치 있는 작품일 수 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이 너무 화가 나있고, 누군가가 역겹고, 삶이 무너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있다면 그 작품이 여러분에게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 반면에 당신이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자신도 모르게 억압하고 있다면, 오히려 아주 불편하고 화가 날 것이다. 예술작품이 불러일으키는 불편함은 불편한 진실과 관련이 있다.
유명한 현대미술 전시에 가서 그의 생애와 그림에 담긴 의미를 알고 그림을 본 후 감동을 받았다면, 당신은 문화적 소양을 좀 더 쌓은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지적 정보를 뒤로하고, 오로지 나의 몸과 마음을 가지고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는 감각과 감정의 혼돈을 허락한 후, 충분한 시간 동안 미술관을 배회하다가 ‘혼자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는 단 한 점의 작품’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이제까지 몰랐던 자신의 모호한 감정, 생각 그리고 감각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기회와 더 생동감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우는 시간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너무 쉬운 것이기도 하고, 좀처럼 다가서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이해한다면 지금 바로 어떤 현대미술 작품이든지 제대로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현대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면 뭔가 재미있고 좋기는 한데,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리고 “현대미술 감상을 잘 하려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학구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뭐 그림 같지도 않은 거 갖다 놓고, 엄청 비싸기나 하고, 사실 따지고 보면 다 사기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는 그때마다 좋은 대답을 해주려고 애쓰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먼저 오늘 여기 있는 작품 중 가장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작품 하나를 선택해 보세요. 그리고 충분히 많은 시간동안 그저 바라 보면서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생각과 감정, 감각을 즐겨 보세요. 이유를 알든 모르든 오늘 당신은 그 작품, 또 는 그 작품의 작가와 의미 있는 삶의 경험을 공유한 것입니다”라고.
유명한 현대미술 전시에 가서 그의 생애와 그림에 담긴 의미를 알고 그림을 본 후 감동을 받았다면, 당신은 문화적 소양을 좀 더 쌓은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지적 정보를 뒤로하고, 오로지 나의 몸과 마음을 가지고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는 감각과 감정의 혼돈을 허락한 후, 충분한 시간 동안 미술관을 배회하다가 ‘혼자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는 단 한 점의 작품’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이제까지 몰랐던 자신의 모호한 감정, 생각 그리고 감각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기회와 더 생동감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우는 시간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너무 쉬운 것이기도 하고, 좀처럼 다가서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이해한다면 지금 바로 어떤 현대미술 작품이든지 제대로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현대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면 뭔가 재미있고 좋기는 한데,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리고 “현대미술 감상을 잘 하려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학구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뭐 그림 같지도 않은 거 갖다 놓고, 엄청 비싸기나 하고, 사실 따지고 보면 다 사기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는 그때마다 좋은 대답을 해주려고 애쓰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먼저 오늘 여기 있는 작품 중 가장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작품 하나를 선택해 보세요. 그리고 충분히 많은 시간동안 그저 바라 보면서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생각과 감정, 감각을 즐겨 보세요. 이유를 알든 모르든 오늘 당신은 그 작품, 또 는 그 작품의 작가와 의미 있는 삶의 경험을 공유한 것입니다”라고.
글_ 김은진 한양대학교 미술치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