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S 다이어리
슬픔이 변하여
춤이 되게 하는 국민연금
춤이 되게 하는 국민연금
글 강명구
엄마는 평생 포장마차를 끌며 장사를 하셨다.
별다른 기술이 없어 뚜렷한 벌이가 없었던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지내시다가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남은 자식 넷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짐은 언제나 엄마의 몫이었다.
그러던 중 포장마차를 하면서 알게 된 단골손님으로부터 병원 청소 일자리를 소개받았다. 작은 급여였지만 평생 장사만 하던 삶에,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장 생활이 마음에 드셨는지, 뒤늦게 복이 찾아 왔다고 하시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그렇게 자식들도 어느 정도 크고 나서야 이제 본인의 삶을 살 수 있겠다며, 늘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에 하나둘씩 재미를 붙여가던 무렵, 일이 터졌다.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며 자식들 모두 마산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급하게 내려간 병원 중환자실에는 의식을 잃은 엄마가 누워 계셨다. 그저 살아 주시기만을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엄마는 꾸준한 재활치료를 했다. 어눌하지만, 대화도 가능해졌다. 좌측으로 편마비가 왔지만, 휠체어와 지팡이로 거동이 가능한 정도가 되었다. 엄마 병간호에 매진하느라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던 내 삶은 늘어나는 병원비와 감당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불어난 빚으로 인해 어느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엄마와 운동을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우편함에 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는 봉투를 발견하였다. 도시가스 영수증이겠거니 하고 꺼내어 보니, 국민연금에서 보낸 우편물이었다.
‘어? 엄마 앞으로 왔네?’
의아해하며, 집에 들어가자마자 봉투를 뜯었다.
엄마가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 들어가셔서 마냥 좋아하셨던 모습이 스쳐, 울컥하는 마음에 괜히 과거 생각이 더 나는 것 같아 그대로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버리고 나니, 그래도 엄마 나름대로 기념이 되지 않을까 싶어 보관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구겨진 종이를 꺼내어 다시 펴는데,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에 대한 안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에, 자세히 읽어 보았다. 장애 정도에 따라 연금을 지급해준다는 내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기를 들어,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직원분께서 국민연금이 아예 해지가 된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장애를 가지셨다면 가까운 국민연금공단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보라 하셨다.
상담해주신 분 말씀으로는, 엄마가 그 당시 뇌병변 2급 장애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국민연금에서 나누는 장애 등급에 따라 일시금이나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얼마나 인사를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제출했다. 곧장 승인이 나서 엄마 약값과 둘이 생활하는 데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는 해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꼬박꼬박 오른 금액을 받게 되었다. 꼭 달마다 월급을 받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금액이었기에, 승인 통보를 받은 날에는 온종일 덩실덩실 춤까지 추며 좋아했었다.
삶을 한 치 앞이라도 예측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신일 것이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고, 그 난관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가뭄의 단비처럼 다가온 국민연금은 정말 큰 방패가 되어주었고, 꿀 같은 선물이 되어주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이기에, 국민연금만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을 거듭거듭 강조하고 싶다.
별다른 기술이 없어 뚜렷한 벌이가 없었던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지내시다가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남은 자식 넷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짐은 언제나 엄마의 몫이었다.
그러던 중 포장마차를 하면서 알게 된 단골손님으로부터 병원 청소 일자리를 소개받았다. 작은 급여였지만 평생 장사만 하던 삶에,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장 생활이 마음에 드셨는지, 뒤늦게 복이 찾아 왔다고 하시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그렇게 자식들도 어느 정도 크고 나서야 이제 본인의 삶을 살 수 있겠다며, 늘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에 하나둘씩 재미를 붙여가던 무렵, 일이 터졌다.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며 자식들 모두 마산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급하게 내려간 병원 중환자실에는 의식을 잃은 엄마가 누워 계셨다. 그저 살아 주시기만을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엄마는 꾸준한 재활치료를 했다. 어눌하지만, 대화도 가능해졌다. 좌측으로 편마비가 왔지만, 휠체어와 지팡이로 거동이 가능한 정도가 되었다. 엄마 병간호에 매진하느라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던 내 삶은 늘어나는 병원비와 감당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불어난 빚으로 인해 어느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엄마와 운동을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우편함에 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는 봉투를 발견하였다. 도시가스 영수증이겠거니 하고 꺼내어 보니, 국민연금에서 보낸 우편물이었다.
‘어? 엄마 앞으로 왔네?’
의아해하며, 집에 들어가자마자 봉투를 뜯었다.
엄마가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 들어가셔서 마냥 좋아하셨던 모습이 스쳐, 울컥하는 마음에 괜히 과거 생각이 더 나는 것 같아 그대로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버리고 나니, 그래도 엄마 나름대로 기념이 되지 않을까 싶어 보관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구겨진 종이를 꺼내어 다시 펴는데,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에 대한 안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에, 자세히 읽어 보았다. 장애 정도에 따라 연금을 지급해준다는 내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기를 들어,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직원분께서 국민연금이 아예 해지가 된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장애를 가지셨다면 가까운 국민연금공단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보라 하셨다.
상담해주신 분 말씀으로는, 엄마가 그 당시 뇌병변 2급 장애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국민연금에서 나누는 장애 등급에 따라 일시금이나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얼마나 인사를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제출했다. 곧장 승인이 나서 엄마 약값과 둘이 생활하는 데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는 해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꼬박꼬박 오른 금액을 받게 되었다. 꼭 달마다 월급을 받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금액이었기에, 승인 통보를 받은 날에는 온종일 덩실덩실 춤까지 추며 좋아했었다.
삶을 한 치 앞이라도 예측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신일 것이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고, 그 난관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가뭄의 단비처럼 다가온 국민연금은 정말 큰 방패가 되어주었고, 꿀 같은 선물이 되어주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이기에, 국민연금만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을 거듭거듭 강조하고 싶다.
*국민연금 수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