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은 2003년도 10월에 개관했습니다. 6대 광역시 중 마지막으로 개관한 공연 예술 전문홀입니다. 개관 초기부터 기획 전문 공연장을 표명하면서 수준 높은 공연을 유치하거나, 직접 공연을 제작해서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 공연장인 만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적인 기능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2월 초부터 폐관에 들어갔다가 6월 들어서 잠시 오프라인 공연을 개최했었습니다. 최근 확산세가 커지면서 다시 휴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7월까지 취소된 공연 건수만 100건이 넘습니다. 관객을 맞이해서 개최한 공연은 1월까지 포함했을 때, 25건 정도 되고요. 저희가 주최하는 기획 공연뿐만 아니라 대관 공연까지 모두 멈춘 상황이라 현재는 관객들을 공연장에서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냥 공연을 중단하고 있을 수는 없어 취소된 공연과는 별개로 온라인 공연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온 후 가장 분위기가 무거웠고, 공연 등 문화를 제공하고 즐길 수 있는 채널이 없었던 지역이 대구였습니다. 당시 대구는 정말 특별한 상황이었는데, 대구지역 예술가들이 나서서 지역주민을 위한 온라인 공연을 최초로 기획하고 시작했습니다. 대구지역 시민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모두가 화합하고 힘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북돋는 온기가 필요했습니다. 온라인 공연이야말로 당시 침체되어 있던 대구지역의 분위기 전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공공 공연장의 생생한 현장감과 어쿠스틱 음향의 감동을 온전히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과 신중을 기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온라인 공연은 무대를 잃은 예술가들의 상실감을 달래주고 생계와 같은 경제적인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해주었고, 시민들에게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나름의 철학을 세우고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사전에 녹화했다가 시간에 맞춰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법 대신 모든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소개했어요. 무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실시간 진행인 만큼 오프라인 공연과 똑같이 온라인 공연 역시 생생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녹화 후 공개하는 건 영화, 드라마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예술가, 음악가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무관중 공연이다 보니, 무대 위에서 관중과 호흡할 수 없고 또 라이브 공연을 하다가 실수하게 되면 디지털 공간에 그 모습이 계속 남게 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수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예술이고, 생생한 모습이 주는 긴장감을 공연자와 관중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온 것 같습니다. 온라인 공연을 계속 진행하면서 예술가들도 새로운 방식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인 6시에 맞춰 진행한 ‘퇴근길ON’이 있습니다. 2월부터 3월까지 폐관으로 인한 대관 철회로 피해를 본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출연진을 구성했습니다. 13건 정도 진행을 했고, 이후 5월부터는 예술가들이 공연하려고 했었던 날짜에 맞춰 무관객 온라인 공연이라는 타이틀로 계속 진행했습니다. 또 매년 진행했었던 ‘아침을 여는 클래식’도 무관객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했습니다. 공연장을 폐관하게 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지역 예술가와 협업해서 진행했던 ‘스프링 페스티벌’을 취소한 것입니다. 그래서 예정되었던 4개의 작품 중 연극 작품은 별도로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가능하면 관객을 모셔놓고 공연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상황은 아쉬웠지만, 지역 연극인들에게는 무대를, 관객들에게는 공연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우리가 배운 것은 바이러스와 계속해서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연의 방식도 지금처럼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온라인 공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온라인 공연 쪽에만 지나치게 비중을 두고 정책을 펼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공공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자연음향을 비롯해 관객과 무대 위의 예술가가 함께하는 호흡 등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습니다. 공연예술의 중심을 온라인 공연 쪽으로 완전히 옮겨버린다면, 자칫 잘못하다가 예술의 하향성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이 공생해나가기 위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은 어떤 계획을 뚜렷하게 세우기가 무척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능하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오프라인 공연을 진행하면서 온라인 공연도 꾸준히 이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숙련하는 기간을 갖곤 합니다. 예로부터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탄생하기도 했고요. 코로나19도 충분히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급속도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영웅과 같은 의료진이 등장하고, 시민들 역시 합심해 이겨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한 편의 예술 작품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전예술의 전당에서도 이런 내용을 담은 창작 작품 ‘코로나 칸타타’를 준비하고 있고, 지역 예술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것입니다. 공공 공연장은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지역민들에게 좋은 공연콘텐츠를 제공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면서 예술가들이 펼치는 역량이 돋보일 수 있도록 컨디션 좋은 무대를 제공하는 곳이죠.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는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운영방침을 선회해 지역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