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입니다. 요즘 한 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에서 공간전문가로 출연해 대한민국 정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입니다. 공간 크리에이터는 한마디로 ‘공간을 더 가치 있게 재구성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저는 정리수납컨설턴트 자격을 취득하고 4년간 수많은 집을 방문하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비움’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고, 역할에 맞는 가구와 물건을 재배치하는 것도 물론 저의 일이죠.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관련 일에 종사하다가 어느 날 문득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내가 정말 잘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하고 즐거운 일을 하면 남은 제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중 집을 꾸미고 정리정돈을 즐기는 제 모습을 발견했고, 관련된 일을 찾다 보니 정리컨설턴트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저도 기본적인 것을 배운 후에 공간 크리에이터로서 제 인생의 2막을 열게 되었습니다.

가장 정리하기 쉬운 공간은 집에서 물건의 품목이 제일 적은 욕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옷방은 옷 말고도 모자 스카프같이 다양한 소품들이 있습니다. 욕실에는 품목은 적으나 욕실제품들은 식구 수대로 있는 경우가 많고, 1인 가구 역시 다양한 제품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집에서 제일 좁은 공간인데 참 많은 것을 지니고 있어요. 게다가 욕실은 집에서 제일 많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공간에 변화를 주면 공간에서 얻는 위로를 느끼게 됩니다. 단순히 물건을 수납하는 공간이 아닌,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작은 공간도 변화하면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이 되는구나’라는 동기부여가 된 상태에서 집 안의 공간을 정리하시라고 권유해 드리고 싶어요. 또한, ‘필요, 욕구, 버림’ 3가지를 통해 우선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물건을 구입하고 수납하는 데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버리는 데 그렇게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죠. 제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것 보다 버리기를 더 힘들어해요. 쇼핑을 위한 매체도 많아지고, 가격, 품질, 배송 등 구입 조건들을 비교하며 사는 게 더 쉬운 시대가 되었어요. 하지만 정작 물건을 비워야 할 때는 기준점이 없기도 하고, 물건에 담긴 추억이 함께 버려진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못 버리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필요, 욕구, 버림’ 같은 기준점이 있으면 물건을 비우는데 조금 더 수월해진다고 생각해요. 제가 공간 컨설팅을 할 때는 나눔이라는 품목을 꼭 넣습니다. 요즘 시대에 물건을 비운다는 것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게 필요 없는 것을 비우는 행위이거든요. 내게 필요 없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물건일 수 있어요. 물건을 비우는 기준을 남길 것과 버릴 것으로만 구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싶은 것으로 새롭게 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 유튜브 채널이나 강연을 통해 이야기해왔어요.

정리에 대해서 생각할 때 물건보다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에 집중해야 한다고 봐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심하다는 걸 느끼거든요. 거실엔 TV가 있어야 하고, TV 반대편에는 거실 크기에 맞는 소파를 놓으려고 하잖아요. 우리의 생활 방식이 변한 것은 고려해야 한다고 봐요. 요즘에는 가족들이 TV 앞에 모여서 시청하기보다 각자 핸드폰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잖아요. 책이 많은 사람은 거실을 서고처럼 만들어서 서재를 만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제일 넓은 거실을 아이를 위한 놀이터로 만드는 것도 좋고요.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서 그 집에 사는 사람이 편하게끔 공간을 컨설팅해드리면, 고객들도 매우 만족합니다.
공간뿐만 아니라 가구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습니다. 사람들은 옷을 비우고 나면 옷걸이 행거가 필요 없게 되었다고 버립니다. 사실 행거의 제일 아래와 제일 위에 있던 선반을 중간으로 옮기면 책꽂이로 써도 손색이 없습니다. 식탁도 마찬가지입니다. 식탁이라고 밥만 먹는 곳이 아닙니다. 많은 분이 집에서 작업하거나 어린 자녀의 숙제를 봐줄 때 식탁에서 합니다. 손님이 오더라도 거실 바닥에 앉는 게 아니라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게 되는데, 식탁이라고 굳이 주방에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좀 더 넓은 공간에 두면 사용 빈도도 높아집니다. 똑같은 가구도 고정관념을 깨고 위치를 바꾸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서로 간의 배려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공간정리를 하면서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필요와 욕구에 대해 배려를 하고, 그 사람은 필요 없는 걸 비움으로써 같이 사는 사람에게 공간을 전달하는 배려를 합니다. 제가 참여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던 분들은 정리된 공간을 보고 많이 우셨습니다.
저는 정리라는 것이 물건을 버리고 가지런히 놓게만 해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이 공간에서 정말 편하게 살 수 있을지, 공간이 주는 위로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사실 공간정리를 통한 배려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만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키가 크니까 높은 곳에 자주 쓰는 것을 넣어 놨구나!’ 같은 배려는 그 사람 외에는 완벽하게 감정이 입을 할 수 없지만, 공간을 사용하는 그 사람에게 큰 배려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물건을 비워내고 공간을 얻었을 때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하는 일이 정리·수납을 통해 물건을 잘 넣는 전문가가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간을 정리하면 그 사람의 인생을 같이 돌보게 됩니다. 정리를 통해서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확인하고, 버리고, 나누고, 남기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인생을 알게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는 것이 물건 정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돌보는 일과 닮았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일이다 보니까 매번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어려운 고객을 만나고 나면 지치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그런 날이면 ‘그래, 오늘 하루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돌보는 뜻깊은 일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나 자신도 다시 각성하게 되고 조금 더 발전하게 됩니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은 한 해가 아니라 내년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집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과 가족들이 좀 더 머물 수 있고 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제가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사업가로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소망하는 것이고요. 전국에 저처럼 오지랖이 넓어서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그 사람의 물건을 정리해주고, 집을 꾸며주는 능력이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각 지역에서 자립해서 창업할 수 있도록 올 12월부터 창업아카데미를 시작합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의 목표는 저와 같은 공간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그분들이 새로운 일을 가질 수 있고, 그 일로 인해서 누군가의 인생을 돌보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다 언젠가는 어떠한 결실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