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장기화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미니멀라이프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기분 좋게 머물고 싶은 바람이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 사는 단순한 생활을 재유행 시킨 것이다. 밖에서 활동하지 못해서 답답한 요즘, 물건이 많으면 집이 좁아서 더 답답한데 비우면 공간이 넓어지는 이점이 있다. 다만 이번 트렌드는 2~3년 전 국내에 한창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했을 때와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과거에는 주로 주부들 간에 살림 차원에서 유행했다면, 이번에는 세상이 변화하는 큰 흐름 속에서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전 연령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진정한 단순한 삶, 심플라이프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만남이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내 삶에 집중하는 시간을 더욱 중요한 삶의 요소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타인 중심에서 내 중심으로의 가치관 전환이다. 마스크를 쓴 뒤로 남들이 외모를 어떻게 볼까 신경 쓰지 않고 나 자신의 일상에 좀 더 집중하게 됐듯이, 이런 변화는 공간에도 나타났다. 지금 사람들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집을 욕망하는 대신 나와 가족이 머물기 좋은 집을 원한다. 그리고 이런 가치 중심의 변화는 공간을 넘어 삶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지금 나다운 삶, 이것이 바로 단순한 삶의 핵심이다. 보통 미니멀라이프라고 하면 물건을 최소한만 소유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진정한 단순한 삶이란 불필요한 것을 줄여서 지금 내게 가장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물건만이 아닌 집, 몸, 돈, 일, 관계, 마음 등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의 나’라는 기준이다. 이미 지나 버린 과거도 언젠가의 미래도 아닌 지금, 남이 아닌 나라는 기준. 삶의 군더더기를 비우고 현재의 나에 오롯이 집중할 때 여유가 생겨서 평범한 일상조차 풍요로워진다. 좋아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한가로운 독서와 산책 등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단, 단순한 삶을 위해서는 영역을 막론하고 하나의 질문이 필요하다. 세세한 비우기 팁을 몰라도 이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모든 것을 비울 수 있다. 그것은 ‘지금 내게 반드시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행복을 주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예스라면 남기고 노라면 미련 없이 비워낸다.
어차피 우리가 먹고 일하고 관계 맺는 목적이 모두 생존과 행복을 위해서인데, 불필요하면서 행복을 주지도 않는 것들을 굳이 떠안고 살 이유가 있을까?

내 삶에 집중하는 미니멀라이프의 시작

그렇다면 어떻게 나다운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할 수 있을까. 정리할 것이 많아 보이겠지만 일단 시작이자 기본은 물건이다. 예를 들면 내게는 불편하지만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산 옷, 살 빠지면 혹은 유행 돌아오면 입으려고 지난 몇 년간 옷장에만 보관한 옷 대신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을 남긴다. 남들에게 뽐내고 싶은 지식욕으로 가득 찬 책장에서 언젠가 읽을 것 같은 책들을 비우고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책을 놓아둔다.
좀 더 실질적인 팁을 주자면 박스나 포대 세 개를 마련한 뒤 과거, 현재, 미래라고 이름을 붙인 후 ‘이것이 언제 내게 필요하고 행복을 주는가?’를 물으며 구분해서 넣어봐도 좋다. 지금 쓰진 않지만 가지고 있는 건 과거의 물건이고, 언젠가 쓸 것 같아서 소유한 건 미래의 물건이다. 이렇게 과거와 미래의 물건을 비우면 남는 건 지금 가장 필요하면서도 보면 볼수록 행복을 주는 물건이다.
특히 물건을 비우는 것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 과정에서 마음도 함께 비워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데도 또는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떠안고 있다는 건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물건으로 투영된 결과다.
그래서 이런 물건을 비우면 과거와 미래를 떠다니는 마음속 군더더기 감정까지 함께 비워진다.

불필요한 할 일과 마음도 비워보기

물건에 대해 질문하는 습관은 삶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먹을 때도 일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생각할 때도 ‘지금의 나’의 필요와 행복이라는 기준에서 질문을 던지면서 비우고 남기다 보면 단단한 내 삶의 중심이 생긴다.
잡다한 정보를 줄이면 가치 있는 정보만 남는다. 거절할 건 거절하면서 덜 중요하고 불필요한 잡일을 줄이면 가장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기준 없이 먹었던 나쁜 먹거리를 줄이면서 진짜 내 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내게 상처 준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비워내면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차오른다.
더욱이 지금 같은 비대면 시대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하는 한편 무익하고 괴로움만 안겨주는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선하고 현명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 삶이 즐겁다. 충동적인 과시적 소비 대신 경험과 배움에 삶을 투자하면 삶이 바뀐다.

나를 진정 사랑하는 삶으로

이렇듯 심플라이프는 타인에서 나로 삶의 중심을 옮겨오는 가장 실용적인 철학인 셈이다. 또한 불안한 나날들이 이어지는 코로나 시대에 나를 지켜내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오래도록 남의 시선만 신경 쓰고 사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다면 지금이 적기다. 내 몸과 마음을 소진시키며 불행하게 하는 것들과는 이제 작별하자.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거쳐 얻는 가장 큰 수확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물건을 비우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게 작은 일상에서부터 나를 진정 사랑할 수 있게 됐을 때 끊임없이 집, 외모, 일, 돈 등 남들과 가진 것을 비교하며 쫓기듯 사는 삶으로 인한 불안도 덜어진다.
어차피 올 연말은 밖에서 떠들썩하게 보내긴 어려울 것 같으니 집에 고요히 앉아서 삶을 정리하며 보내보면 어떨까. 잔에 새 물을 채우려면 남은 물부터 비워내야 하는 법이다. 비울수록 지금 발 딛고 있는 여기에 나다운 행복과 새 삶이 채워질 것이다.